美 시장 진출 노리는 '삼성운용'의 속내는 [돈앤톡]

신민경 2023. 9. 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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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1위…미래에셋과 점유율 '3%대' 차이
국내서 수세 몰린 삼성운용, 미 ETF 시장 노크
"앰플리파이 지분율 확대 작업 중"
美 시장선 채권형 ETF 주력한다
삼성자산운용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진출을 본격화합니다. 현지 운용사에 대한 지분율을 키운다든가 운용사 추가 인수를 검토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겁니다. 굳건할 줄 알았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턱밑까지 따라온 가운데 나온 행보입니다. 과연 전 세계 ETF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후발주자 삼성운용의 수가 먹힐지 주목됩니다.

14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작년 4월 지분을 일부 인수한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Amplify)에 대해 지분율을 늘려가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해외 현지 운용사들을 완전 인수하고 있는 미래에셋운용의 방식과 비슷하게 가기로 한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해외 운용사들을 종속회사로 둔 만큼 이들 순자산총액(AUM)도 통째로 미래에셋 연결 실적으로 잡힌다"며 "현재 앰플리파이에 대한 삼성운용의 지분 21.7%만으로는 온전한 성과 인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앰플리파이에 대한 지분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때부터 해당 관리자산이 삼성운용 자산으로 합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삼성운용은 앰플리파이를 통해 미국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달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OFR금리에 투자하는 'Amplify Samsung SOFR' ETF의 상장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삼성운용의 미국 ETF 시장 첫 진출입니다. 상장 승인될 경우 첫 ETF는 오는 11월께 출시될 예정으로 첫 설정액은 수천억원대입니다.

삼성운용은 당장으로선 미국 시장에서 채권형 ETF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리겠단 계획을 세웠습니다. 내년까지 조 단위 ETF를 만들어내는 게 일차적 목표이기도 합니다.

삼성운용의 미국 진출은 국내 시장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데 따른 자구책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삼성운용(40.67%)과 미래에셋운용(36.97%)의 ETF 시장 점유율 격차는 약 3.7%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최근 한때 삼성운용의 점유율이 30%대까지 밀리기도 해 1위 수성에 대한 삼성운용의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역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수세에 몰린 삼성운용이 눈을 돌린 곳은 한국 ETF 시장의 90배 수준인 미국입니다. 삼성운용은 내년 중 인수 대상 운용사 숏리스트를 꾸려 향후 미국 현지 운용사 한 곳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조직 보강이 우선돼야 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아직 해외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인데요. 미래에셋운용이 약 20명 규모의 글로벌경영부문을 통해 사실상 ETF의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는 반면 삼성운용은 ETF사업부문 산하 ETF컨설팅본부 내 'ETF기획팀'에서 소수가 담당합니다. 미래에셋운용은 부문 단위, 삼성운용은 팀 단위에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것에서도 해외 사업에 대한 각사의 시선이 엿보입니다.

내부에서도 해외사업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100조원을 웃돌았다는 것 자체가 과포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일 때라는 의견이 내부적으로도 힘을 얻고 있지만 관련 조직조차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일 기준 우리 시장에 상장된 ETF 종목 수만 766개입니다. 순자산총액은 107조원을 웃돕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삼성과 미래에셋의 점유율이 뒤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며 "물론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내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큰 물인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운용업 발전에도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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