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제주, 단풍보다 먼저 예술로 물든다…발길 닿는 모든 곳이 작품

이가영 여행플러스 기자(lee.gayeong@mktour.kr) 2023. 9. 14. 0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트 트랙 제주 2023 포스터 / 사진=스피커(SPEEKER) 제공
올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벤트가 제주에서 열린다. 바로 ‘2023 아트 트랙 제주’다. 아트 트랙 제주는 ‘스피커(SPEEKER)’가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다.

총 39인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 전역 19곳의 장소에서 9월 한 달간 진행하고 있다. 많고 많은 지역 중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제주만의 풍광이다. 스피커는 아름다운 자연 속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여행지로서 제주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트 트랙 제주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카페, 레스토랑, 소품숍 등 보통 사람이 많이 머무는 공간에서 진행한다는 점이다. 흔히 예술 작품을 관람한다고 하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은 특정한 장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트 트랙 제주는 이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일상에서 자주 방문하는 곳에 예술작품을 배치했다. 이는 방문객이 평소에도 친근하게 예술을 즐기게 하겠다는 스피커 측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사람만이 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장소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사할 계획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 트랙 제주 2023에서 진행 중인 스탬프 투어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프로그램 기간 중 스탬프 투어도 진행한다. 덕분에 전시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에 아트 트랙 현장에 방문했다. 아트 트랙 제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함과 동시에 제주를 여행하며 가볼 만한 공간을 소개한다.
건물 뒤 온실이 숨은 매력 포인트, 하우투플레이
하우투플레이 내 아티스트 샘바이펜과 윤경덕의 전시 공간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아트 트랙 관람은 수제버거 레스토랑과 편집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하우투플레이에서 시작했다. 냉장창고 폐건물을 재생한 이곳에선 스피커 아티스트 샘바이펜(SAMBYPEN, 김세동)의 독특한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샘바이펜은 아트트랙 제주의 파트너로 참여한 렉서스와 협업해 드라이브 스루 콘셉트 아트워크를 선보였다. 아티스트 윤경덕이 아이돌 그룹 샤이니(SHINEE)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한 아트 오브제 전시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하우투플레이에서 요시고전을 진행 중인 온실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하우투플레이의 진짜 매력은 가게 뒤쪽에 있다. 건물 뒤 온실에서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요시고의 작품 전시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지난해 4월까지 진행했던 사진전의 여운을 불러일으킬 좋은 기회다. 이번 아트 트랙에선 요시고의 미공개 신작도 공개한다.

온실 내 공간이 널찍하고 방문 인원이 분산돼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 비해 한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요시고의 팬이라면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요시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작품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설령 요시고의 팬이 아니더라도 방문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일단 온실이라는 장소적 특성이 한몫한다. 특히 제주의 따사로운 햇볕 덕분에 요시고 사진 특유의 색감이 더욱 매력적으로 빛을 낸다.

이곳이 훌륭한 포토스폿이라는 점도 이유가 된다. 전시된 작품은 푸른 지중해와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물론 해당 작품을 눈으로 봐도 좋지만, 온실 주위 환경과 함께 사진으로 남겨보길 추천한다. 여러 식물에 둘러싸여 작품을 감상하다보니 마치 휴양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갤러리 카페, 라바르
라바르 1층, 헤르시 작품 전시 공간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서귀포시에 위치한 카페 라바르에서도 아트 트랙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카페 1층에는 아티스트 헤르시(HERNC)의 작품이 걸려 있다.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헤르시 작가의 그림과 라바르 1층의 오렌지 빛깔이 어우러져 더욱 따스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이곳은 카운터와 자리가 함께 있는 공간이기에 음료를 마시며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바르 2층 조이유 작품 전시장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라바르의 2층은 갤러리 공간으로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번 달 이곳에선 런던 일러스트레이터 조이유(Joey Yu)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단, 헤르시 전시와는 달리 6000원의 입장료가 있는 유료 전시다.

아트 트랙 제주는 총 4곳에서 유료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 해당 카페 혹은 숙소를 이용할 경우 티켓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자.

조이유 전시 중 볼 수 있는 작품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본격적 관람에 앞서 김규원 스피커 매니저가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조이유 작가의 이번 전시 주제를 가상 여행이라고 밝혔다.

김 매니저는 “조이유 작가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마다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었다”라며 “아직 제주를 여행한 적은 없는 작가는 인터넷으로 제주 곳곳의 사진을 찾아본 후 그림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실제 갤러리에 걸린 작품은 감귤밭부터 해녀가 조업하는 바다까지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품고 있다. 특히 그림 대부분이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어 더욱 현장감이 넘친다.

라바르에 남은 옛것의 흔적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무릇 예술이라는 것은 작품과 이를 전시한 장소도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법. 이번 2023 아트 트랙 제주를 주최한 스피커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제주에서도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고자 고심했고 그 과정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라바르다.

라바르는 본래 목욕탕이자 박재완 대표의 거주지였던 곳이다. 여전히 카페 안에선 욕조, 물통과 같은 옛 시설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다.

라바르의 외부 모습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박 대표는 “바르는 바다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면서 “물의 순환을 콘셉트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었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차가운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층별 상징색으로 현무암, 귤과 같은 제주의 자연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상시 갤러리로 운영 중인 2층에선 작품과 작가의 분위기에 따라 파티션을 옮기기 용이하니, 이만하면 전문 미술관이라고 칭해도 손색없다.

제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 꼬스뗀뇨
꼬스뗀뇨 외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독특한 전시장에서 작품을 즐기는 재미는 꼬스뗀뇨에서도 이어진다. 꼬스뗀뇨는 냉동 창고를 리모델링해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 중인 곳이다. 해안가에 위치해 탁 트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로 유명하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카페 공간을 지나 연결된 다음 건물이 갤러리다. 라바르 2층과 마찬가지로 상시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이곳에선 현재 김강희 작가의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6000원의 입장료가 있는 유료 전시다.

꼬스뗀뇨의 카페 공간과 갤러리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전시의 전반적 설명을 맡은 백선오 스피커 매니저는 “김강희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와 어울리는 작품을 준비했다”면서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작가인 만큼 작품 속엔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 김 작가가 제주에 방문한 것은 단 1번에 불과하다고. 이에 백 매니저는 “전시된 모든 사진은 미국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포토샵을 더해 작가가 상상한 제주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핫플에서 즐기는 예술 여행
카페 인스밀 내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이 밖에도 인스밀과 무로이, 아트살롱 제주도 아트 트랙에 동참한다. 인스밀과 아트살롱 제주는 마늘 창고와 귤 창고를 개조해 각각 카페와 편집숍으로 재탄생시킨 장소다.

인스밀에선 디자이너 진태옥의 오브제와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아트살롱 제주에선 드로잉 아티스트 김수현의 그림과 이민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창고라는 같은 공간을 개조했음에도 두 곳의 분위기는 완벽히 다르다.

아트살롱 제주 내부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인스밀은 방앗간을 콘셉트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내부 공간이 어둡지만 한 쪽 벽면에 크게 난 창으로 빛이 들어온다. 이 빛에 의존해 작품 감상에 집중하면 좋다.

반면 아트살롱 제주는 보다 가볍고도 밝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실제 이곳에 전시한 작품 역시 즐거웠던 경험을 추억하는 등을 주제로 경쾌함을 담아내고 있다.

카페 무로이 내부 전시 모습 / 사진=이가영 여행+기자
카페 무로이에선 세라믹 아티스트 심보근이 만든 브랜드 ‘무자기’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제주에 자생하는 식물의 모습을 그린 플레이트와 심 작가만의 특색 있는 백자 전시하니, 눈여겨보길 권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