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늘고 잔병 잦아지는 중년…"뭣이 중한지 알아가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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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오르기만 했죠. 인생은 끝없는 오르막길처럼 보였어요. 오로지 멀리 펼쳐진 지평선만 보이는. 이제 갑자기 저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왔으며, 앞으로는 내리막길이, 그 길의 끝이 보이는 내리막길이 제 시야를 사로잡습니다."
저자는 "40대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떤 일에는 쓰고 어떤 일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지 가려보는 명확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시기"라며 "중년의 본질은 이런 관점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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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지금까지 오르기만 했죠…. 인생은 끝없는 오르막길처럼 보였어요. 오로지 멀리 펼쳐진 지평선만 보이는. 이제 갑자기 저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왔으며, 앞으로는 내리막길이, 그 길의 끝이 보이는 내리막길이 제 시야를 사로잡습니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정신분석학자 엘리엇 자크를 내담해 한 말이다. 자크는 그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죽음과 중년 위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1965년 정신분석 국제저널에 발표했다.
중년은 이 남성의 말처럼 오랫동안 하강의 길목을 의미했다. '신경쇠약'이란 개념을 만들어낸 신경학자 조지 밀러 비어드는 1881년 출간한 '미국의 신경과민'이란 책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 750명 등을 분석한 끝에 "생산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연령은 39세"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런 결론을 바탕으로 10년 단위로 메달을 나누어 수여했다. 20대는 동메달, 30대는 금메달, 40대는 은메달, 50대는 고철 등이었다. 그의 글은 우리가 늙어갈수록, 곧 중심이라는 황금기에서 멀어질수록, 가치를 잃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나오는 벌레처럼, 인간이 벌레로 변신하진 않을지라도 나이가 들면 "젊은 날의 잔혹한 변형"은 피할 수 없다. 뱃살은 늘어나고 질병은 잦아진다.
영국 켄트대 유럽문학 교수인 벤 허친슨이 쓴 신간 '미드라이프 마인드'(청미)는 단테, 몽테뉴, 보부아르, 베케트 등 뛰어난 문인들의 삶과 그들이 쓴 작품을 통해 중년의 의미를 되짚어본 책이다.
저자는 위대한 작가들의 삶을 조망하며 중년이 통념과는 달리, 가장 생산적인 시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테처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고, 몽테뉴처럼 새롭게 겸손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셰익스피어처럼 우리의 삶을 희비극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중년은 이렇게 '얻고 질문하는 시기'다. "자녀를, 창의성을, 자신감을 얻는 시기"이며 한 사람의 어엿한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시기다.
저자는 "40대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떤 일에는 쓰고 어떤 일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지 가려보는 명확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시기"라며 "중년의 본질은 이런 관점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중년에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곁들인다. 그런 경지에 오르면 삶을 카뮈의 말처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의기소침할 때도 있고 대담할 때도 있는 게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며,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김희상 옮김. 4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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