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만큼 부드럽게 던지는 투수 없어" 극찬…'CY상 3회' 특급 베테랑과 명품 투수전 빛났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류현진만큼 마운드에서 부드럽게 던지는 투수는 없다."
류현진(36,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강속구에 더 익숙한 메이저리그에서 느린 공으로 승부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아프기 전에도 류현진은 구속보다 제구력으로 호평을 듣는 투수였는데,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 훈련과 치료를 받은 뒤로는 더더욱 느린 공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올 시즌 류현진을 대표하는 구속으로 떠오른 시속 60마일대 커브가 그렇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이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바람에 3-6으로 경기를 내줘 시즌 3패(3승)째를 떠안긴 했지만, 부상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라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5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전(6이닝 무실점) 이후 480일 만에 퀄리티스타트였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공 82개를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6마일(145.8㎞), 평균 구속은 88.9마일(143㎞)이 나왔다. 직구(25개)에 체인지업(18개), 커터(18개), 커브(16개), 싱커(5개)를 다양하게 섞었다.
텍사스가 류현진에 맞설 선발투수로 베테랑 맥스 슈어저(39)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슈어저는 류현진과 반대로 강속구 투수로 전성기를 보냈다. 빼어난 탈삼진 능력이 압권인데, 통산 3367탈삼진을 달성해 메이저리그 역대 11위에 올라 있다. 현역 투수 가운데는 1위고, 10위 그렉 매덕스(3371탈삼진)까지는 4개를 남겨뒀다.
슈어저는 2013, 2016, 2017년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빼어난 구위를 자랑한 투수지만, 나이 마흔을 앞둔 지금은 전성기 때보다는 힘이 빠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은 '부드러운 류현진과 강한 슈어저의 선발 맞대결'이라 표현하며 두 베테랑이 팀의 가을야구 운명을 걸고 어떤 투구를 펼칠지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슈어저는 5⅓이닝 73구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즌 13승(6패)째를 챙겼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39살인 슈어저와 36살인 류현진은 마치 링에 서기에는 너무 나이가 든 복싱 선수처럼 보였는데, 두 선수에게 안타를 뺏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격투기 선수)를 상대로 유효타를 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며 치열했던 투수전을 묘사했다.
이어 '슈어저는 실점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거의 공략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류현진만큼 마운드에서 부드럽게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없다. 류현진은 그저 슈어저만큼 완벽하지 않았을 뿐이다. 토론토 타선은 어떤 방법으로도 슈어저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텍사스 타선을 어르고 달래는 투구를 펼쳤다. 텍사스는 14일 현재 팀 타율 0.266, 팀 OPS 0.793, 팀 759타점으로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를 달리는 팀이다. 류현진은 텍사스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달려들어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더 정교하게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공략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려 나갔다.
메이저리그 공식 SNS는 텍사스 타선에 찬물을 끼얹은 류현진의 커브에 주목했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가장 느린 커브의 구속은 62.5마일(100㎞)이었다. SNS 영상에는 류현진이 4회초 1사 1루 나다니엘 로우에게 볼카운트 0-2에서 시속 63마일짜리 커브를 툭 떨어트려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는 장면이 담겼다. 캐나다 현지 해설진은 로우가 류현진의 커브에 타이밍을 맞춰 보려다 꼼짝없이 삼진을 당하자 "타자를 완전히 얼어붙게 했다"며 놀라워했다.
순항하던 류현진도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코리 시거의 벽을 냉정히 넘지 못했다. 4회초 선두타자 시거에게 중전 적시타를 뺏긴 뒤 로비 그로스먼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0-2 선취점을 내줬다. 시거에게 이날 첫 피안타를 허용하고, 그로스먼에게 초구 커터를 던졌는데 실투가 됐다. 류현진은 6회초에도 선두타자 시거에게 중견수 뒤 2루타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 상황에 놓였고, 1사 1, 3루에서 요나 하임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3실점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제구가 좋았다. 그로스먼에게 던진 커터 하나는 되돌리고 싶겠지만, 정말 좋은 타선을 상대로 좋은 공을 던졌다. 강한 타구를 잘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과 점수 상황, 투구 수 등을 고려했을 때 6회까지는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반적인 투구 내용을 칭찬했다.
류현진이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도 웃지 못한 건 슈어저에 막힌 토론토 타선 때문이었다. 슈어저가 6회 투구 도중 오른쪽 삼두근 부상으로 강판하지 않았더라면, 7~8이닝은 던질 기세였다. 슈어저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노련하게 맞혀 잡는 투구를 펼쳤다.
슈어저는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과 트레이닝 코치들이 몸 상태를 확인하는 상황에서도 '더 던져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연습 투구를 시도하자마자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교체를 받아들였다. 슈어저의 불타는 승부욕은 나이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보치 감독은 "우리는 슈어저가 위험에 빠지길 원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던지게 할 생각이 없었다. 슈어저는 '계속 던져보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안 된다'고 막았다"고 되돌아봤다.
류현진이 패전을 떠안긴 했지만, 슈어저와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이 류현진을 돕지 못한 토론토 타선의 빈공을 지적하는 이유다. MLB.com은 '토론토 타선은 슈어저가 오른쪽 삼두근 부상으로 강판할 때까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텍사스의 확연한 약점인 불펜의 문이 일찍 열렸는데, (토론토의 추격하는 득점은) 너무 적었고, 너무 늦었다. 그 결과 또 다시 토론토가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텍사스를 쫓아가는 자리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토론토는 이날 패배로 시즌 성적 80승65패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를 텍사스(80승64패)에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1.5경기차 앞선 상황에서 이번 시리즈를 맞이했던 토론토는 이제 텍사스에 0.5경기차로 뒤처져 있다.
토론토가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류현진은 텍사스와 시리즈 남은 2경기에서 승리할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보였다. 토론토는 14일 기쿠치 유세이, 15일 케빈 가우스먼을 차례로 내보내 반등을 노린다.
류현진은 "올 시즌 많은 경기가 남진 않았다. 우리가 2경기 연속 진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 또한 경기의 일부다.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다. 우리는 내일 경기에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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