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기거래 대가 ICBM 완성 ‘마지막 퍼즐’ 맞추기 [북·러 정상회담]

김예진 2023. 9. 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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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위험한 만남’ 파장
北, 최근 두 차례 정찰위성 발사 실패
대기권 재진입 기술 아직 확보 못해
러 첨단 우주기술 확보로 숙원 풀 듯
재래식 무기 첨단화·실전배치 기대도
리병철·조춘룡, 안보리 여행금지 대상
방러 수행단 포함… 대북제재 위반 확인
러, 대북제재 고의 위반 더 심화될 듯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러 정상회담 북측 수행단 일부의 러시아 입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리 결의 위반 가능성이 제기돼 온 가운데 위반사항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4년5개월 만의 정상회담을 위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두번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세번째)이 러시아기와 인공기를 가운데 놓고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크레믈궁 제공
◆리병철·조춘룡 입국 자체가 안보리 위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리 부위원장은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개인 목록에 올라 있다. 2397호는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처벌 조치였다. 화성-15 발사 한 달 후인 12월 합의된 이 제재는 유류 공급 제한 강화, 외화벌이 노동자 송환, 여행금지 대상 개인 16명 추가 등이 골자다. 러시아를 포함해 안보리 이사국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당시 리 부위원장은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여행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현재 군 서열 1위 인물이다.

또다른 수행원인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도 대북제재 결의 2321호 여행금지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21호는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것으로, 조 부장은 당시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여행금지 대상을 자국에 입국시켜선 안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합법적 입국을 위해서는 러시아가 사전에 유엔 안보리에 면제 신청을 하고 안보리에서 합의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경우 북측 수행단 신원은 물론 회담 개최 여부조차 비밀에 부쳐졌다.

차후 드러날 다른 협력 내용들도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2006년 1718호를 필두로 가장 최근인 2017년 2375호까지 총 10건이 채택돼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는 외교 설득과 군사적 조치 사이의 수단으로, 전쟁 없이 국제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강제수단으로 통한다. 제재를 강화하면서 문제 행동을 처벌하고, 제재를 완화하면서 문제 행동의 수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러시아가 고의로 제재를 무력화하면 두 방향 모두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17년간 국제사회가 쌓아 올린 공든 탑에 금이 가는 셈이다.

러시아의 대북제재 고의 위반 위협은 지난 4월 처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연방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전쟁 개입”이라고 반발하면서 “우리가 북한에 최신 무기를 제공한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北, 러시아 첨단기술 얻나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은 그동안 숙원해 왔던 다양한 대가를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우주기술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두 차례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주기술은 북한 우주발사체와 ICBM 기술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인 것도 북한의 의중에 러시아가 화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도 북한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과 감시정찰 자산에 맞서기 위해 북한이 자체 개발에 나설 수도 있지만, 러시아의 협력이 있다면 개발 및 실전배치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정부 관계자가 북한이 무기 공급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등의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정찰위성 기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술 지원 방침을 사실상 확인했다. 북한이 개발하겠다고 밝혔던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도 거론된다.

전투기 기술도 북한이 욕심을 낼 만한 부분이다. 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방문하는 것도 러시아 측에 이와 관련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역에는 러시아 최대의 항공기 제조 회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이 위치해 있다. 러시아의 양대(미그·수호이) 전투기 중 하나인 수호이 전투기 중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첨단 공중 전력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김예진·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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