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년…여전히 불안한 일터
황병서 2023. 9. 14. 06:00
[신당역 1주기, 우리 일터는 아직 불안하다]①
일터 내 스토킹 등 지속…“피해자는 주로 하급자·여성”
공론화 시 곤란한 상황에 분리조치·처벌도 ‘난망’
“직장 내 괴롭힘 항목에 ‘성차별적 괴롭힘’ 추가해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항목 등에 젠더 폭력을 규정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가 주로 하급자이자 여성인 것은 문제를 공론화하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분리조치와 처벌 등이 쉽지 않아서다.
직장갑질119의 여수진 노무사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 유형에는 성희롱 등만 있어 스토킹과 관련된 부분의 사각지대가 존재했었다”며 “예컨대 계속 만나자고 따라다니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 부분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성차별적 괴롭힘 등의 부분을 직장 내 괴롭힘 유형에 추가한다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포함한 법 개정은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와 닿을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터에서의 젠더 폭력은 산업재해로 사업주에 대한 엄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에 대한 책임, 의무, 예방 등이 규정돼 있지만 성희롱 부분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젠더 폭력 등 인권 침해까지 사업주가 예방할 의무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일터 내 스토킹 등 지속…“피해자는 주로 하급자·여성”
공론화 시 곤란한 상황에 분리조치·처벌도 ‘난망’
“직장 내 괴롭힘 항목에 ‘성차별적 괴롭힘’ 추가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마지막까지 비상벨을 눌렀던 고인께 미안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를 앞둔 13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앞. 한 평 남짓한 추모공간에는 안전한 일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포스트잇에 쓰여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사람들은 추모공간을 찾아 한 송이 국화꽃을 바치며 1년 전 희생된 스토킹 피해자를 기렸다. 서울 동대문구 주민인 신모(42)씨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추모공간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토킹 살인사건’ 1년 지났지만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은 여성 역무원 A씨가 직장 내 스토킹 끝에 근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14일 입사 동기인 살해범 전주환(32)에게 2020년 11월부터 2년여간 스토킹을 당한 끝에 일터였던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살해됐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각종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졌다. A씨가 소속된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가 당시 혼자 순찰 업무에 나섰다가 피살됐다는 점에서 ‘역 순찰 2인 1조 기준 체계 정립’ 등을 도입했다. 이 외에도 ‘안전 순찰 인력 확보’, ‘지하철 보안관 취약 시간대 역사 순찰 강화’ 등을 발표했다.
각종 방지책 이후 일터는 안전해졌을까. 공사 노조는 “현장은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인 1조 근무를 시행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나 홀로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 실제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근무 직원 105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인 1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93.5%에 달했다. 근무조당 인원이 2인 이하이거나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중복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에서다.
또 직원의 72.1%는 ‘일터에서 충분히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회사가 지급한 안전보호장비도 60%는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스토킹 ‘여전’…“피해자는 하급자·여성”
A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각종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졌다. A씨가 소속된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가 당시 혼자 순찰 업무에 나섰다가 피살됐다는 점에서 ‘역 순찰 2인 1조 기준 체계 정립’ 등을 도입했다. 이 외에도 ‘안전 순찰 인력 확보’, ‘지하철 보안관 취약 시간대 역사 순찰 강화’ 등을 발표했다.
각종 방지책 이후 일터는 안전해졌을까. 공사 노조는 “현장은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인 1조 근무를 시행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나 홀로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 실제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근무 직원 105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인 1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93.5%에 달했다. 근무조당 인원이 2인 이하이거나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중복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에서다.
또 직원의 72.1%는 ‘일터에서 충분히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회사가 지급한 안전보호장비도 60%는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스토킹 ‘여전’…“피해자는 하급자·여성”
‘제2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공사 차원의 2인 1조 근무 등의 조치만 취하면 되는 것일까.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장 내 스토킹 문제를 막는 사내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환의 경우도 성범죄로 기소됐지만 공사는 직위해제 이외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사이 내부 회사 망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지 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해자 A씨는 동료관계이며 같은 직무에 종사한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대처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 내 스토킹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의 지난해 9월 기준 ‘직장 내 스토킹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직장 내 스토킹은 전체 82건이 발생했다. 이 중 직장 동료가 72건, 고용자 6건, 피고용자 4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주로 직장 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3분기~올해 2분기)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신고한 여성 피해자는 9086명으로 남성 피해자 1988명의 4.5배였다.
“‘직장내 괴롭힘’ 항목에 젠더 폭력 추가해야”
이러한 문제는 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 내 스토킹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의 지난해 9월 기준 ‘직장 내 스토킹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직장 내 스토킹은 전체 82건이 발생했다. 이 중 직장 동료가 72건, 고용자 6건, 피고용자 4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주로 직장 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3분기~올해 2분기)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신고한 여성 피해자는 9086명으로 남성 피해자 1988명의 4.5배였다.
“‘직장내 괴롭힘’ 항목에 젠더 폭력 추가해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항목 등에 젠더 폭력을 규정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가 주로 하급자이자 여성인 것은 문제를 공론화하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분리조치와 처벌 등이 쉽지 않아서다.
직장갑질119의 여수진 노무사는 “그간 직장 내 괴롭힘 유형에는 성희롱 등만 있어 스토킹과 관련된 부분의 사각지대가 존재했었다”며 “예컨대 계속 만나자고 따라다니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 부분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성차별적 괴롭힘 등의 부분을 직장 내 괴롭힘 유형에 추가한다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포함한 법 개정은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와 닿을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터에서의 젠더 폭력은 산업재해로 사업주에 대한 엄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에 대한 책임, 의무, 예방 등이 규정돼 있지만 성희롱 부분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며 “젠더 폭력 등 인권 침해까지 사업주가 예방할 의무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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