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18년 만의 ‘그것’까지 딱 한걸음…‘커넬 샌더스의 저주’마저 깨뜨릴까 [황규인의 잡학사전]

황규인 기자 입력 2023. 9. 14. 06:00 수정 2023. 9. 14. 10: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신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아레(アレ)’라는 낱말을 쓴 니칸스포츠 기사. 야후 저팬 캡처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이 18년 만의 ‘아레(アレ)’에 딱 한 걸음만 남겨뒀습니다.

여기서 ‘아레’는 이것(これ) 저것(それ) 그것(あれ)이라고 할 때 그 ‘아레’ 맞습니다.

한신은 13일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센트럴리그(CL) 안방 경기에서 3회말 터진 사토 데루아키(佐藤輝明·24)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요미우리(讀賣)에 4-0 완승했습니다.

한신은 이날 승리로 시즌 두 번째 10연승을 기록하면서 78승 4무 44패(승률 0.639)를 마크했습니다.

반면 이날 CL 2위 히로시마(廣島)는 야쿠르트에 1-5로 패하면서 68승 4무 58패(승률 0.540)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한신은 ‘오테(王手)!’ 그러니까 (장기에서) ‘장군’‘을 외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14일 안방 요미우리전에서 승리하면 한신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그것’에 성공하게 됩니다.

아레(アレ) 달성 시 컵 술 1000잔을 내놓겠다고 쓴 간판. 아사히신문 제공
한신 팬들이 리그 우승을 ‘그것’이라고 부르게 된 건 지난 시즌이 끝난 뒤 15년 만에 다시 한신 지휘봉을 잡게 된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5) 감독 때문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가을 캠프 첫날인 지난해 10월 24일 선수단과 만나 “내년에 곧바로 우승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오늘은 우승이라고 했지만 내일부터는 ‘그것’이라고 표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오카다 감독이 ‘그것’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건 오릭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0년이었습니다.

퍼시픽리그(PL) 소속인 오릭스는 당시 CL 팀과 PL 팀이 맞붙는 고류센(交流戰·교류전)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오릭스 선수단이 혹시라도 부담을 느낄까 염려한 오카다 감독은 인터뷰 때 우승 대신 ‘그것’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릭스는 결국 이해 16승 8패(승률 0.667)를 기록하면서 팀 역사상 첫 고류센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가을 캠프 기간 한신 선수들도 “그것을 향해 열심히 뛰겠다” 같이 인터뷰하면서 ‘그것’을 유행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팀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있는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 아사히신문 제공
사실 올해 한신 팀 캐치프레이즈부터 그것 그러니까 ‘아레’ 조금 더 정확하게는 ‘A.R.E.’입니다.

한신에서 “‘명확한 목표(Aim)를 세우고 야구와 선배에 대한 존중(Respect)을 잊지 않으며 더욱더 파워업(Empower)하자’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원래는 Aim, Respect, Empower 자리에 다른 낱말이 들어간 오리지널 버전이 따로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오카다 감독이 어학에 능통한 아내 도움을 받아 새로 낱말을 보냈고 결국 수정안을 최종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R.E.는 얼핏 생각하면 e스포츠 팀에서나 쓸 법한 캐치프레이즈이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구단 안팎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신 구단 내부에서는 내년에도 계속 이 캐치프레이즈를 써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캐치프레이즈를 해마다 바꿔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내년에도 이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보게 될지 모릅니다.

2014, 2015년 한신에서 뛰었던 오승환이 올해 한신 스프링캠프를 찾은 모습. 스포츠호치 홈페이지 캡처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연고지로 삼고 있는 한신은 간사이(関西) 지방을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지만 ‘그것’에 성공한 건 1962, 1964, 1985, 2003, 2005년 등 다섯 번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신이 지금까지 마지막으로 그것에 성공한 2005년 이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인물이 바로 오카다 감독이었습니다.

또 한신이 그것을 넘어 니혼이치(日本一·일본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건 1985년 딱 한 번뿐입니다.

1985년 한신 주장이 바로 당시 팀 5번 타자를 맡았던 오카다 감독이었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한신 선수가 되고 싶어서 야구를 시작해 이 팀 감독까지 두 번 지낸 ‘성덕’(성공한 덕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한신에 그것은 물론 니혼이치를 안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실 오카다 감독은 2005년에도 이런 평가를 받았지만 한신은 이해 일본시리즈에서 △1차전 1-10 △2차전 0-10 △3차전 1-10 △4차전 2-3으로 네 경기 점수 합계 3-44로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문제의 커넬 샌더스 인형. 니시노미야=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1985년 ‘그것’이 현실이 되자 한신 팬들은 오사카(大阪) 도톤보리(道頓堀)에 모여 기쁨을 만끽하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 판매장 앞에 있던 커넬 샌더스 인형을 헹가래 치다가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도톤보리에서 고시엔 구장까지는 20k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샌더스 인형이 강에 빠진 뒤 한신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게 되면서 세상에는 ‘커넬 샌더스의 저주’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3월 강바닥 준설 작업 도중 이 인형을 발견하자 한신 팬들 사이에서 ‘드디어 저주를 풀 수 있게 됐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인형이 물 밖으로 나온 뒤 열린 일본시리즈 14번 가운데 한신이 우승팀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현재 CL 1위와 PL 1위가 올해 일본시리즈에서 맞붙는다고 하면 한신은 ‘디펜딩 챔피언’ 오릭스와 대결하게 됩니다.

오릭스 역시 오사카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팀입니다.

과연 한신이 올해는 드디어 커넬 샌더스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에서 띄운 공지
한신이 ‘그것’을 코앞에 두자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에서도 안전에 신경써 달라는 공지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팀 이름을 한신 ‘타이커즈’라고 잘못 썼습니다. ‘거’가 아니라 ‘커’라고 쓴 것.

사실 한국에서도 KIA 때문에 ‘타이거즈’라고 쓰는 일이 많지만 이 팀 이름은 일본어로 ‘タイガース’라 ‘즈’가 아니라 ‘스’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오승환만 ‘아레’를 ‘아래’라고 잘못 쓴 게 아닙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Copyright©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