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카디프-뉴캐슬에서 확인한 '국제적인' 클린스만 감독…강제 조언자라도 붙여라
[스포티비뉴스=뉴캐슬(영국), 이성필 기자] 경기 내, 외적으로 시끄러웠던 클린스만호의 9월 A매치 2연전이 끝났다. 정확히 따져보자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대외 활동과 국내 축구에 대한 인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기력과 섞이면서 여론은 폭발했다.
한국이 아닌 해외, 특히 유럽 내에서의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인식은 상상 이상이다. 웨일스전이 열린 카디프 호텔 입실 과정에서 직원이 한국 대표팀 감독이 클린스만이라고 전해주자, 진심으로 놀랄 정도였다.
이름 자체가 깊이 각인되어 있으니 클린스만 감독 개인에게 축구계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묵한' 이미지가 있는 독일 사람답지 않은, 반은 미국인이 됐다는 소리가 틀린 해석이 아닌 이유다.
클린스만에게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나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포츠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웨일스전에서 클린스만에게 지극히 영국 관점의 시각을 보여주는 질문을 던졌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외에 누가 유럽에서 뛰고 있는가였다. 아무리 손흥민이 있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2-1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해도 한국이 축구 변방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의도로 묻는지 알고 있던 클린스만은 셀틱(오현규, 양현준)에서도 뛰고 있고 미트윌란(조규성)에도 선수가 있다는 말로 한국 축구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덕목 중 하나가 단순하게 전술, 전략이 아니라 홍보-마케팅 능력도 겸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클린스만의 행동은 나쁠 것이 없었다.
첼시-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매치 참가 여부로 몸살을 앓았던 웨일스전 다음날에는 카디프에서 훈련한 뒤 런던으로 이동해 외박에 준하는 외출로 자유시간을 줬다. 선수들이 단순히 축구하는 기계가 아닌 것은 물론 재충전을 통한 선수들 사이의 우애 다지기, 지원 스태프도 잠시 휴식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전 준비라는 여유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외출했고 가족이 온 경우에는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흥민이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직접 마련해 소통하는 등 리더십도 발휘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클린스만은 자율 속 질서라는 한국 축구가 늘 잘해왔던 것을 적절하게 이용 중이었다.
문제는 선수단이 아니라 한국 축구계 전체와의 소통이다. 한국 축구에서 대표팀 감독이 가진 권한과 책임은 대통령에 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압박감이 있다. 전임 파울루 벤투 아랍에미리트(UAE) 감독이 외적인 행사에 자주 불려 다니는 것을 두고 약간의 불만을 표현했을 정도로 힘든 직업이다.
웨일스, 뉴캐슬 현지에서 클린스만은 자신에 대한 한국 축구계의 인식을 모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를 '국제적'인 시각에서 계속해 보는 느낌이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수시로 변하고 있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유럽에 자주 나가 있거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에 대해 평론을 하는 것도 클린스만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게 느껴진다.
첼시-뮌헨 레전드 매치는 경기 당일까지도 계속 제안이 왔다. 사실 뮌헨 전설 중 클린스만을 빼면 영국 축구 팬들이 알기 어려운 인물이 대다수였다. 토트넘에서도 뛰었던 클린스만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그렇지만, 대표팀 감독이 소집 기간 중 개인 용무로 외유했던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사우디전 종료 후 유럽 잔류와 국내 복귀를 놓고도 코칭스태프와 당일 오전 회의를 통해 결정할 정도로 귀국이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는 점은 축구계는 물론 축구 팬들도 납득하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관전이 클린스만에게는 더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이에스피엔(ESPN) 패널 계약을 이어가는 이상 그의 세계 축구 관련 발언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뉴캐슬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직접 제안해 영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니,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시간을 갖고 보기를 바라는 인식이 정 회장에게 깔린 것처럼 느껴졌고 비슷한 의견도 취재진에게 냈다.
결국은 정 회장이 직접 클린스만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관련 지원이나 기술 조직이 얼마나 무력하고 의미 없는지는 보여주는 것과 같다. 외부 여론을 모른다면 부회장단에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서라도 알려줘야 한다. 일대일 과외로 한국 역사와 문화 축구계를 바라보는 인식 등 강의라고 해야 한다.
클린스만은 사우디전이 끝난 뒤 "한국 문화와 한국인,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걱정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면서도 "분명하게 전하고 싶은 것은 대표팀 감독이라 국제적인 시야와 그런 흐름을 계속 놓치지 않고 그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시간을 보내면서 분명히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며 쌍끌이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재차 반복했다.
정 회장이 큰 고리에서 클린스만과 관계를 맺으며 제어한다면 늘 기사에서 언급되는 '실무 최고 행정인'들이 세세한 것을 주입해야 한다. 그냥 '이러다 지나가겠지'라는 인식을 버리고 쌍팔년도 알리기 방식이지만, 배추밭에서 배추라도 수확해 김치 담그는 시늉이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
10월 튀니지, 베트남 2연전이 끝나면 정말로 매 경기 결과에 여론이 더 크게 요동치는 경기들이 기다린다. '국제적인' 클린스만의 '긍정적인 한국화'를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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