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찾아간 국민의힘 지도부…'중도 빅텐트' 포기했나?

2023. 9. 1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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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尹대통령이 '박근혜 모시고 싶다' 전해"…여권서도 "지지층 결집만?", "용산만 보나" 한탄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보수 대단합'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행보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공산전체주의 발언 등 우편향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당이 이에 끌려다닐 뿐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은 세우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는 13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문이나 의견을 구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자리는 아니었다"면서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 이런 것을 모아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께 '오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뵈면 한 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제가 오늘 박 전 대통령께 전해드리니 긍정적으로 답변하셨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또 "우리 당이 급전직하해 회생이 어려울 만큼 위기 상황에 있을 때 '천막 당사' 결단을 통해 당을 되살린 역사를 되짚었고, 그후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룬 박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같이 의견 나누며 환담했다"며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시사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그간 대한민국을 오늘의 번영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여를 한 것도 되짚어보며 지도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 나눴다"고 박 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 책임만큼 열심히 잘 하시라' 이렇게 격려 말씀을 주셨다"고 박 전 대통령의 반응을 전했다.

김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그의 말에서 보이듯,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내부의 결속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 차원의 공감대도 있어 보인다. 이날 발표된 개각 명단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포함됐다.

이른바 'MB맨'들도 승승장구 중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모두 MB정부 출신이고,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특보도 이날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날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며 공개행보를 편 점도 눈길이 간다.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용 '빅텐트'를 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본래 다양한 이념이나 정치적 스펙트럼을 포함한 정치집단을 뜻하는 '빅텐트'로 보기에는 중도·진보층 호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만 해도 김 대표는 보수 문화단체인 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행사를 찾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자유, 법치, 공정을 강조하고 그것을 계속 키워나갈 핵심키워드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치에 기반해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포부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충하는 데 동반자가 돼드리겠다"고 한쪽에 쏠린 발언을 내놨다.

최근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단식쇼"라며 조롱조 발언을 꺼내는가 하면, 허위 의혹을 받는 '김만배 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범죄"라며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부동층이 너무 많아졌으니까 빅텐트를 치려면 중도층을 노려야 한다"며 "그것보다는 민주당을 공격해서 얻는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다. 100%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고, 60%를 놓고 30대 30 싸움에만 주력하고 있지 집을 넓히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표된 개각 명단에 대해서도 그는 "중도층 포용보다 '내 갈 길 가겠다'는 이야기이지 않나. 세 명 다 호감도가 높은 편이 아니고 '올드보이'들"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빅 텐트'가 아니라 너무 작은 텐트로 보인다"며 "사실 텐트라고 할 수도 없다. 작은 천막 치는 용도밖에 안 된다. 작은 천막도 이슬 막는 등 나름의 용도는 있지만 비좁아서 여러 사람이 들어올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도 "김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과의 회동 등을 보면 이쪽 저쪽(진보-보수)으로 모두 확장하려 하는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난다고 그것만 갖고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수도권에서 선거를 뛰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외연 확장, 중도층 공략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지도부가 선거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지지층을 결집하면 야당 지지층도 결집된다"며 "양 극단의 지지층이 결집되면 중도 스윙보터가 중요해지는데 최근 여당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응이나 장관들이 야당과 싸우는 것이 중도층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 지도부는 사실 용산이 만든 지도부인데, 홍범도 장군 건도 그렇고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나가는 정부를 뒷받침하던 지도부가 갑자기 나서서 중도층을 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당 지도부가 선거를) 포기한 것 같다"며 "외연 확장 또는 중도층 지지 없이도 총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선거 전략과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념을 강조하고 우편향적인 모습을 보이니 거기에 호흡을 맞추고, 선거 승리보다는 당 대표 지키기, 공천권 확보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부정평가가 60% 내외인데 그 국정성과와 얼굴로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 어떻게 이기나. 안테나와 코드가 민심보다는 용산을 향해 있다"고 비판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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