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외국인, 박스권 장바구니 '확' 달라졌다
저점 인식에 매수세 몰리지만 주가 변동성 우려도
외국인, 반도체 담아…메모리 가격 반등에 주목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피 지수가 2500선에서 등락을 지속하는 지루한 ‘박스피’가 이어지는 가운데 9월 들어 개인과 외국인의 투자 양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개인은 2차전지주를 쓸어담고 있는 반면 외국인은 반도체와 로봇,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투자 바구니에 담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2차전지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로 254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2534억원), 에코프로비엠(247540)(1514억원), 두산(000150)(1225억원), 엘앤에프(1152억원), 포스코퓨처엠(003670)(1127억원) 순으로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주가 이달 들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최근 100만원대가 깨진 것을 비롯해 관련주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자 주가 반등 기대감에 개미들이 관련 종목을 사 모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들이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이들 종목은 다른 2차전지 테마주와 달리 증권가에서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2차전지주를 겨냥한 공매도 거래가 또다시 늘고 있어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2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직전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836억원으로 공매도 비중이 23.89%에 달했다. 엘앤에프도 306억원으로 공매도 비중이 19.12%를 기록했다. 올 들어 2차전지 상승폭이 컸던 만큼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공매도 세력이 2차전지주 하락에 대거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에 연동하는 경향이 짙은 국내 2차전지주들의 경우 최근 연이은 주가 조정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며 “이들 업종은 테슬라발 호재와 추가 주가 조정 우려가 맞물리며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개미들의 장바구니와는 달리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와 로봇, AI 관련 종목들을 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1조1265억원을 순매수했고, 반도체 부품기업인 하나마이크론(067310)도 1199억원어치를 담아 순매수 3위를 기록했다. 네이버(NAVER(035420))는 1225억원어치를 담아 순매수 2위에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1145억원), 루닛(328130)(725억원)도 순매수 4, 5위를 차지했다.
반도체주는 업황이 저점을 통과 중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데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세트(완제품)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대만 PC,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관련 업체들의 8월 매출액이 7월보다 20~30% 반등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2차 감산으로 메모리 가격도 반등을 모색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토종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공개 후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클로바X 공개 당일 일시적인 오류 발생으로 성능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빠지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기 주도주로 부상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떠오른 두산로보틱스가 내달 코스피 시장을 앞두고 있어 로봇 관련주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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