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전재정과 '현수막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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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예산실 간부 A는 '2024년 예산안' 편성 과정을 회상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기재부는 내년 각 부처 주요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했는데 '칼질하는' 재정당국도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예산실 간부 B는 "어느 해보다 예산안 편성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어렵게 건전재정 기조로 짠 예산안이 정치적 이해 때문에 누더기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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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간부 A는 '2024년 예산안' 편성 과정을 회상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기재부는 내년 각 부처 주요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했는데 '칼질하는' 재정당국도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A는 "부처들 얘기를 들어보면 각 사업을 추진해야 할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며 "지출을 줄이는 시기는 서로 힘들다"고 했다.
예산실 간부 B는 "어느 해보다 예산안 편성이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짧은 시간에 '제로 베이스' 검토를 거쳐 예산안을 짜느라 다수 직원이 두 달 가까이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감수했다고 한다. B는 "그래도 뿌듯하다"며 "원론적으로 반복하던 수준이 아닌 '진짜 원점 검토'를 해 부실·관행 지출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내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 규모다. 올해 대비 2.8% 늘어나는 것인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나눠먹기식' 연구개발(R&D), 부정·부실 보조금 예산 등 총 23조원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 지출 동결까지 검토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지출 조이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 재정건전성이 위험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것이 이번 정부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 마음은 다를 수 있다. 나라 살림이 자신의 당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얼마나 될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은 연말쯤 지역 곳곳에 걸리는 '숙원 사업 예산, □□억원 확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렵게 건전재정 기조로 짠 예산안이 정치적 이해 때문에 누더기가 돼서는 안 된다. 헌법은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정부에게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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