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되찾은 조선 공주의 혼례복 ‘활옷’
보존 처리한 활옷 9점 및 관련 유물
국립고궁박물관서 내일부터 전시
붉은 빛깔 비단 위에 길상 무늬 가득한 활옷이 양 날개를 활짝 펴고 관람객을 맞는다. 부부의 화합을 뜻하는 봉황 무늬, 남녀 간 사랑을 상징하는 나비와 꽃, 자손의 번창을 뜻하는 연꽃 문양까지... 조선 왕실 신부의 행복을 기원하며 한 땀 한 땀 수놓은 최고급 혼례복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 옷이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낸 기부금 덕분에 원래 빛깔과 무늬를 되찾고 당당한 자태를 드러냈다.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이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여는 특별전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에서다. 조선의 공주, 옹주, 군부인(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들의 활옷 9점을 포함해 관련 유물 110여 점을 선보인다.
활옷은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조선 왕실의 여성 혼례복이다. 다채로운 자수를 수놓았고, 가장 진한 붉은 빛깔을 내는 꽃 안료인 대홍(大紅)을 염색하고 금박을 붙이는 등 정성을 기울인 옷이었다. 이번 전시에선 현존 활옷 가운데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 공주(순조의 둘째 딸)의 활옷 등 국내에 있는 활옷 3점과 미국 필드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 해외에 소장된 활옷 6점이 나왔다.
특히 RM의 후원을 받아 최근 보존 처리를 마친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소장품이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끈다. 1939년 미술품 수집가 벨라 매버리가 라크마에 기증했으나 그 전에 어떻게 미국에 갔는지, 누가 입었던 옷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RM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고, 활옷 보존처리가 끝난 후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재단에 밝혔다.
김충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과장은 “우리 보존기술로 되살린 활옷을 다시 라크마에 돌려보내기 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며 “조선왕실 혼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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