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자식 추석 십계명
요즘 유튜브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부모님 여행 십계명’이란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영상이 화제다. 부모들이 자식과 여행 갔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모아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아직 멀었냐’ ‘겨우 이거 보러 왔냐’ ‘이걸 무슨 맛으로 먹냐’ ‘집이 최고다’ 같은 내용. 이에 대해 “우리 집이랑 똑같다” “빵 터졌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다. 웃음은 공감에서 나오는 법이다. 고백하자면, 우리 부모님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렵게 도착한 식당에서 입버릇처럼 “겨우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왔냐”를 연발하시곤 한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갔을 때도 부모님 기대를 충족하기 쉽지 않다. 부모님과 좀 편안하게 지내려고 어렵게 호텔을 예약하면, 만족하기보다는 “하루 이틀 지내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이 먼저 돌아온다. 물론 자식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무심함에 상처 받는 경우도 많다.
흔히 무심한 사람을 두고 겉은 무뚝뚝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성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 표현 못 하는 사람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말을 안 하면서,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된다. 서툴더라도 일단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계속하면 익숙해질 것이다. 어떤 표현이라도 상관없다. 뜻이 통하면 된다. 그러나 잘못된 표현으로 상처 주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상처 내는 건 애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부모님에게 강제로 ‘십계명’까지 외우게 하는 것은 어쩌면 이 마음에 가해지는 폭력을 막기 위함이 아닐까. 자식들이 부모님께 십계명 외우게 했으니, 반대로는 어떨까. 추석 같은 명절에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부모님 마음 상하는 말 하지 않도록 ‘자식 추석 십계명’이란 영상을 만들면 화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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