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첫 승… A매치 5연패 사우디에 1대0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로베르토 만치니(59·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감독과 인사를 나눌 땐 함박웃음도 터졌다. 경기가 끝난 지 약 5분이 지났는데도 숨을 고르고 있는 선수들에게 클린스만 감독은 직접 그라운드로 걸어가 한 명씩 악수를 나눴다. 부임하고 약 7개월 만에 따낸 첫 승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전반 32분 상대 수비가 공을 걷어내려다 잘못 차서 위로 높이 뜬 공을 조규성(25·미트윌란)이 헤딩으로 넣었다. 6경기 만에 승리한 클린스만호는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 도입 이후 첫 승까지 가장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그전까지는 2013년 홍명보호, 2017년 신태용호 5경기였다.
클린스만은 지난 2월 부임한 뒤 5경기(3무2패)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경질설에 휩싸였다. 불만족스러운 성과 탓에 근무 태도까지 도마에 올랐다. 클린스만은 개인 일정, 원격 근무 등을 이유로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지냈다. 부임 7개월 동안 한국에 머무른 건 67일. 이미 독일 대표팀, 헤르타 베를린에서 감독을 지내며 외유로 구설에 올랐던 클린스만은 “이게 대표팀을 성장시키는 나만의 방법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며 논란을 키웠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 김민재가 부진하다고 뽑지 않을 것인가. (유럽에 가는 게) 실효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중요했던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클린스만은 주장 손흥민(31·토트넘)에게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했다. 이에 손흥민은 중원과 최전방을 누비며 득점 기회를 만드는 ‘키 패스’를 7차례나 뿌리면서 경기를 조율했다. 조규성은 클린스만호에서 첫 골을 넣으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수비에서는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패스를 끊어낸 뒤 바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이는 등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재는 경기를 마치고 “못 이기다 보니까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경기력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김민재 홀로 빛났을 뿐 수비 조직력이 헐거웠다. 전반 7분 중앙 수비수 정승현(29·울산)이 골키퍼 김승규(33·알샤바브)의 움직임을 못 보고 건넨 패스가 뒤로 흘러 실점할 뻔했다. 한국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기도 했다.
골 결정력도 아쉬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1대0보다 4대3으로 승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지만, 6경기 동안 5골만을 넣었다. 경기당 1골도 되지 않는 골 가뭄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전을 제외한 지난 A매치 5경기 동안 매번 2~3골을 실점하며 5연패를 당한 팀이다. 사우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4위. 한국(28위) 보다 한 수 아래인 사우디를 상대로 슈팅 18개(유효 9개)를 때렸지만 한 골만을 넣은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숙제를 안고 14일 한국에 돌아온다. 지난달 1일 출국해 한 달 반 만의 복귀다. 당초 계획은 9월 동안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점검하다 월말쯤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13일 귀국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0월 평가전을 앞두고 K리그 선수를 먼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표팀은 다음 달 FIFA 랭킹 31위 튀니지(13일·서울), 95위 베트남(17일·수원)과 평가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년 1월에 있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과 경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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