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 사고도 못 막는데 어떻게 전력반도체 육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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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서 지난 12일 또 정전사고가 났다.
부산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전력반도체 업체가 입주한 곳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의과학산단을 전력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현장에서 피력한 지 하루 만에 터졌다.
그러나 잇단 의과학산단 정전사고는 부산이 기업 유치에 적합한 여건을 갖췄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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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군 책임 전가, 기업 피해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서 지난 12일 또 정전사고가 났다. 부산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전력반도체 업체가 입주한 곳이다. 이날 오전 건물 신축공사를 하면서 땅속에 있는 전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이 일대 전기가 끊겼다. 전력반도체 업체들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시간 가량 피해를 입었다. 장비 가동 중단, 불량품 양산 우려, 제품 신뢰도 저하 등 유무형 손실은 가늠조차 안 된다. 특히 이번 사고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의과학산단을 전력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현장에서 피력한 지 하루 만에 터졌다. 지난번 배전함 차량 충돌이 원인이었던 정전 이후 금방이라도 도출될 것 같던 근본대책도 이설 비용 부담 주체 등 여러 이유로 최근 무산됐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의과학산단 정전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새 벌써 세번째다. 빈도 못지 않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원시적인 사고 경위다. 이번 사고는 먼지 차단막 설치를 위해 파일을 박던 중 전선을 잘못 건드린 게 원인이다. 특정지점의 지하 전선 하나가 끊겼다고 일대 전체 전기가 나가는 게 과연 산업단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량이 길가 배전함을 들이받는 바람에 벌어진 지난해 9월과 올 3월 정전도 기가 차기는 매한가지다.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산단에서 땅을 파다가, 교통사고 때문에 정전이 일어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가동 중인 단지라면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산단 기능의 기본이다. 기반시설 완성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산단 조성과 관리가 기장군 책무이긴 하지만 부산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첨단업종을 유치한다면서 기초 인프라 상태도 점검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다. 의과학산단은 전력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다. 현재 입주한 3곳을 포함해 총 20개 업체를 이곳에 집적 육성한다는 게 부산시 목표다. 초정밀성을 다투는 반도체 업체 치고 수시로 전기가 끊기는 산단에 들어가려는 기업이 과연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 문제가 된 배전함 이설 비용 일부를 업체에 부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들린다. 정전으로 금전적인 손실이 이만저만 아닌데 전력시설 사후보완 비용까지 떠맡아야 한다면 부산은 기업 기피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지자체마다 자체 성장동력을 찾는데 사활을 건다. 경기도 용인·평택의 반도체, 충남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 경북 포항의 이차전지 등 각자 특화단지를 조성해 유망기업을 서로 끌어가기에 혈안이다. 부산은 전통 제조업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에서 새로운 산업 발굴에 힘써왔다. 그러나 잇단 의과학산단 정전사고는 부산이 기업 유치에 적합한 여건을 갖췄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부산엔 전문인력이나 장비만 없는 게 아니었다.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책임 전가에 바쁠 뿐, 행정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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