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좌파 집권 때 집을 사야 하는 이유, 민주당 전략 보고서 보니
노무현·문재인 부동산 참사 주역… 김수현의 ‘실패 매뉴얼’ 반복
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라는 책을 발간했다. 민주당이 왜 정권을 내주었고, 어떻게 다시 집권할 것인가를 담은 내비게이션 같은 책이라고 한다. 민주당 실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뼈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보고서도 부동산 부문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선 만약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집값이 또 오를 수 있는 위험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맡아 완벽하게 실패한 김수현 전 사회수석의 분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으나 실패한 뒤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2011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밝힌 분석 틀로 문재인 정부에서 27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다시 참담하게 실패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 그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진영은 물론 국가 경제와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의 분석 틀 중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공급 해법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김수현은 책에서 “시장주의자들이 공급만이 살길이라며 정부를 질타하는데, 이는 결국 집값이 더 오르라는 주술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부동산 대책이 공급 측면에선 소홀하다고 지적받자, 그는 “지난 3년간 공급된 주택의 양은 단군 이래 최대 공급량”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은 서울 강남은 물론 비강남 아파트 가격까지 폭등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대규모 공급 대책을 진작에 내놨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3만불 시대에 걸맞지 않은 1만불 시대의 집을 갖고 주택보급률 통계를 따져봐야 허상이라는 진보 진영 인사의 반성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보고서엔 이를 심각하게 되돌아보는 대목이 거의 없다.
공급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부동산을 대하는 좌파 진영의 철학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불로소득으로 비도덕적이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이를 환수하는 게 사회정의라고 보는 시각이다. 토지의 사유화를 빈곤의 원인으로 보았던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의 유령이 좌파 진영 내에서 아직 배회하고 있다. 강남 등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풀 수 없고, 그러다 보면 핵심 지역에 공급이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가수요까지 가세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지난 정부에서 목격했다.
민주당 보고서엔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라면서도 적기에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빠져 있다. 현 정부 들어 금리를 올리자 집값이 빠르게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에 무릎을 치며 곱씹어 볼 줄 알았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며 주거를 복지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도 우리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공공임대 등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는 강화돼야 하지만, 집 소유를 통한 재산 형성의 욕망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김수현은 책에서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말라. 집은 오래 썼다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고 했지만, 그가 살던 과천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십수억원의 평가 차익이 났다. 이런 재테크 성공담은 지난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서 차고 넘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남도 하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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