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맞선 의병장… 죽음의 순간에서도, 불굴의 정신 안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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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사형 전 마지막 심경을 적은 시를 임형시(臨刑詩)라고 한다.
임종시(臨終詩)나 절명시(絶命詩)와 달리 강제된 죽음에서 비롯되는 비극성이 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교사형(絞死刑·1968년)'에도 재일 한국인 사형수 R이 교수형 집행 뒤에도 죽지 않아서 벌어지는 소동이 그려진다.
시인의 임형시에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미련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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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형 집행 뒤 10분이 지나도록 살아있었다고 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교사형(絞死刑·1968년)’에도 재일 한국인 사형수 R이 교수형 집행 뒤에도 죽지 않아서 벌어지는 소동이 그려진다. 영화에선 교도소장이 과거에 경험한 식민지 포로수용소의 사형수 이야기가 나온다. 교도소장은 사형수가 죽음이 닥쳐오는 최후까지 현실을 부정하고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인은 죽음이 닥쳐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법정에서 의연하게 재판장과 검사를 꾸짖으며 일본의 만행과 을사오적·정미칠적의 배신을 성토했다. 형 집행을 앞두고 동지들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면서도 자신에게 씌워진 죄목(살인과 재물 약탈)의 부당함을 비판했다(‘기려수필·騎驢隨筆’). 영화 속 R이 국가가 자신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면, 시인은 일본의 국권 침탈에 맞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함을 확신했다. 한국인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던 감독은 영화에서 반만년 조선 민족의 역사는 외세의 침략으로 점철됐으며, 특히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35년간 국토가 유린당하고 사람들이 학살됐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R에 대한 교수형이 재집행되면서 마무리된다. 마지막에 ‘관객 여러분도 사형 집행에 참가해 주셔서 고맙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감독은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재일 한국인이란 거울에 비친 일본인의 추악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시인의 임형시에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미련도 찾아볼 수 없다. 적군의 칼에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남은 의병장의 행적을 되짚어 본다. 강제된 죽음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지사(志士)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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