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수퍼컴 ‘도조’ 가능성에… 하루새 기업가치 100조 올라
지난 11일(현지 시각) 테슬라 주가가 10% 급등했다. 시가총액 8000억달러(약 1060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하루 만에 기업가치가 100조원이 오른 셈이다. 다음 날인 12일 테슬라 주가는 2.2%가량 떨어진 267달러로 마감하면서 숨 고르기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매체들은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이유를 일론 머스크가 2021년 발표한 테슬라의 자율 주행 인공지능(AI) 수퍼컴퓨터(이하 수퍼컴) ‘도조’가 지난 7월 본격 가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던 도조의 구체적인 성능과 가치에 대해 투자사 모건스탠리가 100쪽에 달하는 분석 보고서를 냈고,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하자 미국 기관·개미 자금이 쏠린 것이다.
도조는 일본 유도·가라테에서 도장(道場)을 부르는 발음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머스크는 왜 도조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머스크 스스로 일본 문화·애니메이션의 광팬이라 밝힐 정도로 일본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도조의 핵심은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D1′이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 AI 학습·구동에 특화된 반도체로, 자율 주행의 성능과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수퍼컴 도조는 테슬라 자율 주행 AI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테크 업계에선 “자율 주행과 모빌리티·AI 산업 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극찬과 “과대 포장된 수퍼컴”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엔비디아 GPU 성능의 4배
테슬라 도조는 2020년 테슬라가 AI 반도체 D1을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 AI를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비싼 GPU 가격과 떨어지는 전력 효율, 엔비디아에 쏠린 공급망 등을 우려해 자체 반도체 설계를 결정한 것이다. 엔비디아·AMD·애플·삼성전자에서 평균 경력 20년에 달하는 핵심 엔지니어 12명을 데려와 팀을 꾸렸고, 설계를 마친 D1은 올해 대만 TSMC를 통해 5만개가량 생산됐다.
현재 도조에는 D1 칩 3000개 이상이 투입됐다. 모건스탠리가 입수한 테슬라의 내부 평가에 따르면, 도조는 기존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한 자율 주행 AI보다 최대 30배 이상 빠르며, AI 훈련 기간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부피가 작아 서버에 필요한 물리적 공간을 5분의 1까지 줄었고, 생산·운영 비용은 GPU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는 도조의 ‘1달러당 성능’이 엔비디아 최신 GPU의 약 4배라고 분석했다.
◇머스크 “도조, 먼 미래를 내다본 베팅”
테슬라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차량 데이터는 통신을 통해 도조로 전송되고, 도조는 이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 주행 데이터를 고도화한다. 도조는 테슬라 자율 주행 두뇌가 훈련하는 도장인 셈이다. 이미 4억8000만km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가 입력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율 주행에서 다른 자동차·전기차 회사 기술을 앞설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
테슬라는 추후 테슬라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구독 방식으로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팔거나, 도조 자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다른 회사에 서비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AI 반도체·수퍼컴을 기반으로 한 테슬라의 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가치가 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테크 업계에선 도조가 지나치게 과대 평가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를 비롯한 테크 전문 매체 일부는 “도조의 성능이 완전한 수퍼컴은 아니다”라면서 자율 주행 분야에만 특화됐을 뿐, 고도의 AI 훈련을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GPU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율 주행과 AI 수퍼컴 시장 전체를 단숨에 바꾸기엔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지난 7월 “올해 도조에 10억달러 이상 투자하겠다”며 “먼 미래를 내다본 베팅(long-shot bet)이지만, 잠재적으로 수백조 가치가 있는 할 만한 베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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