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01] 대간사충(大姦似忠)
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소간(小姦)이고 세상을 속이는 것은 대간(大姦)이다. 소간은 피해가 한 사람에게 한정되지만 대간은 온세상에 두고두고 깊은 악영향을 남긴다.
그런데 대간은 자기를 꾸미는 데 능해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송나라 신종 때 재상 왕안석(王安石)은 신법을 들고나왔다. 오늘날로 보자면 개혁 노선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신법당과 구법당 간 당쟁이 격화되었다. 오늘날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으니 여기서는 어느 편을 드는 것은 경계하며 살펴보자.
왕안석이 계속 신법을 발표하자 어사중승(御史中丞) 여회(呂誨)가 그를 탄핵하는 소(疏)를 올렸다. 그는 ‘대간사충(大姦似忠) 대사사신(大詐似信)’, 즉 크게 간사한 자는 얼핏 충성스러워 보이고 크게 속이는 자는 얼핏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는 말로 소를 시작했다. 이어 왕안석에 대해 “겉으로는 질박해보이지만 속에는 간사한 음모가 있으며 실은 황실을 업신여기고 남을 해치려는 간사하기 그지없는 자”라고 비판했다.
대체로 이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사마광(司馬光) 등의 노선을 대변한 것이다. 두 당파 간 논쟁은 중국 사학계에 맡길 일이다. 우리는 그 말만 취하면 된다. 공자도 “사람이 안 좋다고 해서 그의 좋은 말까지 버리지는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반 국민들 인식과 달리 개인비리 문제로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야당 대표에 대해 ‘개딸’ 운운하는 광적인 지지자들은 여전히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여회 말을 빌자면 크게 간사함을 간파하지 못한 자들이고 크게 속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자들일 뿐이다.
공자가 나이 40에 불혹(不惑)해야 한다고 한 말은 이런 자들을 염두에 둔 경고라 하겠다. 사리를 알지 못해 거짓에 휩쓸리면 혹(惑), 사리를 알아 거짓에 휩쓸리지 않으면 불혹(不惑)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려는 지도자가 있다면 백성이 눈 밝게 가려내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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