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관리-감독 ‘건축안전센터’, 지자체 절반 설치 안했다
공공건설 감독 강화 목소리 커져
예산 부족 탓 건축사 등 채용 못하고
기존 인력도 민간 이직 고민 늘어
부실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2곳 중 1곳꼴로 센터를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를 설치한 지자체도 상당수가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현 인력의 이직 의사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로 민간 감리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며 공공의 건설 현장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조직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2월 사망자 10명 등 사상자 204명이 나온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핵심 대책이지만, 10년 가까이 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해 1월 의무화…지자체 140곳 중 79곳만 설치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마우나오션 리조트 건물 붕괴 원인으로 부실 공사가 지목되면서 건축물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부실 공사를 감시·감독하기 위해 생겼다. 지난해 1월부터는 △광역시도 △인구 50만 명 이상 △건축허가 면적 또는 노후 건축물 비율이 상위 30% 이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지자체는 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우선 센터는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고급기술인 포함)를 각각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채용을 모두 완료한 지자체는 의무 설치 대상 지자체의 4분의 1 수준인 33곳(23.6%)에 그쳤다. 윤혁경 ANU디자인사무소 대표(건축사)는 “건축 분야가 점점 전문화되고 있어 센터 소속 일반 공무원이 건축사나 구조기술사 역할을 대신하긴 어렵다”고 했다. 센터가 설치돼도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지방일수록 채용난이 심하다. 광주 광산구, 경북 포항·성주시 등에서는 3번이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결국 전문인력을 못 뽑고 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문인력 1명을 채용하려고 채용 공고를 7번이나 내야 했다”며 “서울도 이렇게 사람 뽑기 힘든데 지방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 예산 부족·인력난에 겉돌아…공공 감리 구멍
이미 채용된 센터 소속 전문인력은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업무량이 과도한 데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돼 업무도 불명확하다는 것. 국토부 산하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0곳 중 7곳꼴로 전문인력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기간도 약 1년에 그쳤다.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각 지자체에서 편성한 센터 운영 예산 총액은 353억4100만 원으로 전년(359억2700만 원)보다 1.6% 줄었다. 서울시의 경우 50억5600만 원으로 전년(101억2400만 원) 대비 반 토막 났다.
센터 운영 재원은 대부분 각 지자체가 불법 건축물 소유주에게 걷는 이행강제금에서 온다. 이행강제금이 부족한 지자체는 센터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비 지원은 센터 설치 때 지급하는 2000만 원이 전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6월 발간한 ‘건축 규제 합리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전문인력 수급 현황, 채용 방식 및 필요 예산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0월 중 철근 누락 사태 등과 관련한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는 부실 공사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안전은 비용에 따라 판가름 나는 만큼 필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장은 “안전 대책은 아무리 많이 쏟아져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만든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들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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