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위기에… 애플, 아이폰15 가격 동결 승부수
“아이폰15 시리즈의 출고가는 지난해와 똑같습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애플파크 지하 1층 스티브 잡스 시어터.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신규 아이폰의 가격을 동결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현장 1000여 석의 좌석을 가득 채운 전 세계 취재진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아이폰 판매량 정체 등으로 아이폰 신제품 가격이 100~200달러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15, 15플러스, 프로, 프로맥스 4종으로 구성된 새 아이폰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신제품 애플워치9, 애플워치 울트라2를 공개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모두 최근 수년 사이 최대 규모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현장의 한 참석자는 “애플이 제품 전반의 성능을 높이는 ‘고급화’ 노선을 유지하면서 가격은 동결하는 방식으로 중국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 이은 애플의 최대 시장 중국에서 아이폰 규제 기류가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실적을 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2분기 아이폰 판매가 2% 넘게 감소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 동결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애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1% 하락한 176.3달러에 마감했다.
◇고성능 컴퓨터 수준의 아이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를 두고 “지금까지의 제품 중 가장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이 제품에는 최초로 대만 TSMC의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초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7 프로’가 탑재됐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이 최첨단 AP는 전작에 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10%, 그래픽처리장치(GPU)는 20% 향상됐지만 크기는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발열과 배터리 소모량을 줄였다는 뜻이다. 애플은 “고성능 데스크톱 컴퓨터와 견줄 만한 성능이며, 고사양의 콘솔 게임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에 쥐어본 아이폰15 프로는 전작인 아이폰14 프로에 비해 확실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테두리 소재를 메탈에서 티타늄으로 바꾸면서 무게를 19g 줄인 결과다. 프로 모델에선 아이폰의 상징 ‘음소거 버튼’이 사라졌다. 대신 1초가량 꾹 누르면 음소거·카메라·음성녹음 등 설정해둔 기능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단축키로 대체됐다.
아이폰의 기본 모델인 아이폰15와 15플러스는 AP·메인 카메라 등이 전작의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동일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다만 기본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은 세부 사양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아이폰 제품의 최대 변경 사항으로 꼽히는 USB-C 단자다. 프로 모델에는 최근 대부분의 고사양 디지털 기기에 쓰이는 USB 3.0이 적용됐지만, 기본 아이폰에는 구형 제품에 들어가는 USB 2.0이 적용됐다. 두 모델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배 차이가 난다. 망원렌즈가 있어 3~5배 광학줌을 할 수 있는 프로 모델과 달리, 기본 모델의 광학줌은 2배가 최대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여전히 최상급 아이폰에만 혁신과 특별한 기능을 집중 배치하면서 소비자들이 상위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식 ‘동작 혁신’도 나와
과거의 애플을 연상케 하는 ‘파격 혁신’은 아이폰이 아닌 애플워치에서 나왔다. 애플은 신제품인 애플워치9과 애플워치 울트라2에 ‘더블 탭’이라는 신기능을 추가했다. 워치를 차고 있는 손의 엄지와 검지를 두 번 맞대는 방식으로 전화를 받는 등 워치를 조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애플에 따르면 신규 애플워치에 탑재된 S9 칩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손목의 미세한 혈류 흐름과 손가락 움직임과 같은 생체신호를 포착하는 더블 탭이 구현될 수 있었다.
애플 내부에선 ‘더블 탭’을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공개하며 소개했던 ‘핀치(엄지와 검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것)’와 동일한 수준의 혁신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복잡하게 배울 필요 없는 직관적인 손동작에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중독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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