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수봉산 단상
도화사거리 IT건물 13층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수봉산’이 빤히 내다보인다. 100m 남짓 야트막한 산이지만 녹음이 울창한 정상 위로 경인방송 송신탑이 우뚝 솟아 있고 인천에서 하나뿐인 현충탑까지 보여 수봉산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점심을 일찍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과거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 나던 놀이공원은 야외무대만이 지키고 산책로 중심의 일반공원으로 변했다. 대신 요소요소마다 호국보훈을 기리는 전적기념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봉산 정상에 세워진 ‘현충탑’은 1972년 건립돼 새해 첫날이나 현충일 등 뜻깊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시장을 비롯한 보훈 단체장들이 모여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고 있다. 그 아래를 걷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1980년 9월15일 세워진 ‘6·25참전 인천지구전적비’와 그 좌측에는 ‘유엔참전기념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무덕정’이라는 궁도장 위에 6·25전쟁 때 재일동포 학생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가 있다. 다시 공원 올라가는 길 건너편에는 흰색 건물의 ‘인천통일관’이 자리 잡고 그 아래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니 예전 놀이동산이 있던 곳에 ‘인천무공자공적비’가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했던 무공수훈자를 기리기 위해 2014년 11월20일 제막한다는 취지문과 그 옆으로 참전유공자 3천561명의 이름이 새겨진 명각비 3개가 나란히 설치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광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인공폭포는 전국에서 제일 큰 인공폭포라 한다. 이 인공폭포는 수봉산 중턱에 1975년 인천지역 최초로 생긴 단지형 아파트인 AID아파트(AID차관으로 지어져 붙여진 이름) 500가구가 노후화로 2000년에 철거되자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이 자리에 수봉도서관과 함께 건립하게 됐다.
수봉도서관을 보면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2001년에 인천시청 문화예술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다. 인천이 전국에서 공공도서관이 제일 적다고 지방언론에 단골로 보도될 때다. 이때 아파트 단지가 철거되고 공원으로 조성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시장님에게 공원부지에 도서관을 지으면 어떻겠느냐며 설명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추진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 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정말 잘한 결정으로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인천은 인천상륙작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수봉공원에 오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되새기며 조국을 지키고 자유를 수호해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수봉공원이 호국의 역사공간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작으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으로 매일 창 앞에 서서 수봉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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