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열정과 편안함을 담는 극장
얼마 전 한 공연축제 현장에서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연출가를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그 연출가 또한 뭔가 다른, 새로운 작업 방식에 대한 갈증이 있어 보였다.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담는 극장에 대해서도 그 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르렀을 때는 나도 크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극장, 그 과정과 방식들을 시도해보는 공연장을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요즘 너무 일반화된 극장 운영에 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동안 우리 공연계와 공연장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히 발전해 왔고 많은 공연장 종사자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각기 지역의 공연예술의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이 오티티(OTT)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들과 불가피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는 무언가 과거나 현재와는 다른 태도와 방식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자주 가는 공연장이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극장 관계자는 공연이 끝난 지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관객들에게 로비 밖으로의 퇴장을 권유하고 있었다. 아마 코로나 기간 빠른 해산의 관행이 남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은 관객들이 관극 후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극장 로비는 단순히 공연장에 들어가고 나오는 통로가 아니며 공연의 감동을 다른 관객과 서로 나누고, 스스로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또 그럴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곳이다. 관객에게 이런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공연 또는 극장의 예술적, 사회적 기능을 반감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공연장의 로비는 시민들에게 상시로 개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단순 개방에서 끝나지 말고 아예 더 적극적인 ‘시민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음료뿐 아니라 가벼운 알코올 종류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겠고 일부는 공연 중 객석에도 가지고 들어갔으면 좋겠다. 극장 로비와 객석은 작품에 따라 바깥세상과 때로는 단절을, 때로는 새로운 연결을 준비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는 단절과 ‘엄숙주의’만 있는 것 같다. 안전이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고, 음료나 알코올을 객석에 가지고 들어가면 관람 중에는 쥐 죽은 듯해야 하는 소위 ‘시체 관극’을 해야 하는 어떤 공연들에서는 난리가 나겠지만 일부 공연, 일부 회차라도 그런 편안한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릴렉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라는 개념의 공연이 있다. 소리나 빛에 민감한 관객을 위해 강하거나 급격한 변화가 있는 조명과 음향을 사용하지 않고 또 객석 출입도 공연 중에 비교적 자유로운 공연이다. 장기 공연하는 작품에서 이런 타이틀로 몇 회차를 변형해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자는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내용뿐 아니라 공연장 운영에도 이런 느슨함과 편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면 초심 관객도 주눅 들지 않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예술가들도 좀 더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그들의 파트너인 관객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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