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러에 독자제재 강화 추진… “한국도 핵잠 개발” 목소리
안보리 제재 무력화 대응 고심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러가 실제 무기 거래를 공식화한다면 한미도 연합훈련 강화 등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적극적으로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대응 방안으로 꼽힌다. 북한에 손을 내민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감축을 통해 압박하는 것도 우리 정부가 검토 가능한 대응 방안 중 하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등 군사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크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 등 이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우리 정부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핵잠수함 건조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정찰위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우리 주력 전투기나 주요 함정 위치가 노출되는 수준이 되면 군은 보안에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韓 정부, 공기업에 러 석탄 수입 제한 권고”
북-러가 밀착해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이 더욱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한미 등은 우선 독자 제재 강화 및 대러시아 수출 통제 등의 방식으로 북-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내주 한국을 방문한다.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에 대한 한미 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 무력화에 나설 뜻을 밝힌 데 대해 12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에 대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를 무시한다면 결국 국제사회는 독자 제재 강화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북한과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지고 있음에도 북-러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의도를 이번에 밝힌 자체가 독자 제재 실효성에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이날 “한국 정부가 최근 공기업에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지난해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산 석탄 규제를 도입하지 않았던 한국이 이번에 이렇게 권고했다는 것이다.
● 한국 내 핵잠 개발 목소리 커질 수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155mm 포탄이 부족해진 미국에 포탄을 대여해주는 식으로만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해왔다. 다만, 앞서 7월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제 122mm 방사포탄이 발견된 가운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우리 정부 역시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할 명분이 줄어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살상무기 직접 지원 불가 방침은 변함 없다”면서도 “북한이 러시아로 포탄을 지원해도 그걸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때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북한 살상무기가 직접 러시아로 들어갔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신중하게 지원 불가 방침 변경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등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맞대응해 우리 정부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잠수함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협정은 핵잠수함 연료인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저농축 우라늄만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핵잠수함 건조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한국은 대형 잠수함 건조 기술과 원자로 기술 등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협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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