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팔로어십 정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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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왜 야당이 30%의 지지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30%와 그 반대의 30%, 그리고 왜 아직도 여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60%나 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나머지로 구성된다는 참말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치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지만 정당정치의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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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왜 야당이 30%의 지지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30%와 그 반대의 30%, 그리고 왜 아직도 여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60%나 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나머지로 구성된다는 참말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치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지만 정당정치의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다. 대안정치 얘기가 나오지만 그 또한 갈 길이 멀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여러 국가가 두 세대를 걸치는 50~60년 주기로 정치 양극화 문제를 겪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혼란을 견딘 서구 국가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반전운동과 좌파운동을 통과하며 안정을 찾은 듯했다. 그러나 빈부격차, 이민자, 인종문제 등으로 다시 내부갈등이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후유증을 앓는 영국이나 지난여름 폭력시위 사태를 호되게 겪은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 이론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로버트 퍼트넘 교수에 따르면 남북전쟁 이후 정치 양극화가 극에 달한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지지정당이 다르면 사회적 교류는 물론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요즘 그는 가뜩이나 쪼개지고 분열된 미국 사회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00여년 동안 식민지, 민족분단, 군사독재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도 묵묵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군 우리는 '산업화 이후'와 '민주화 이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득, 교육, 지역, 세대, 성별, 이념 등 다양한 양극화 요인이 SNS라는 용광로에 쏟아져 화염을 내뿜는다. 소방수 역할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성정당들은 되레 기름을 붓는다. 상수도나 정수기 역할은 고사하고 '목소리' 큰 집단에 휘둘려 하수구 역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혹자는 그 원인을 리더십 부재에서 찾지만 지금은 리더십이 아닌 팔로어십 정치의 시대다. '개딸' '문빠' '극렬 유튜버' 등 전투적 팔로어들은 인터넷 매체의 댓글과 조회수를 무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아바타를 불쏘시개로 이용한다. 팔로어와 조회수가 곧 돈이자 권력인 시류에 편승해 이들과 공생관계를 맺은 속칭 '관종'들이 좌판을 펼치고 인플루언서 행세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겉에만 금박을 입혀 번지르르한 '도금(鍍金)사회'의 브로커들일 뿐이다.
팔로어십 정치현상은 참여 민주주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전제인 '공동체'를 무너뜨려 쇠퇴와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흥행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보듯이 창조의 힘은 그 이상을 파괴하는 힘도 갖고 있다. 팔로어십 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우리를 객관적 현실과 연결해주는 주관적 인식론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제 대신 "나는 SNS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치지 않았을까. 이참에 오늘 하루만이라도 SNS 접속이라는 실존적 유혹을 뿌리치련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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