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 동력은 '고품질 번역'

2023. 9. 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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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2020년 오스카상을 받은 배경엔 다양한 요소가 있다. 뛰어난 연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그리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등이다. 적절한 번역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거론됐다. 기생충을 영어로 번역한 달시 파켓은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영화 비평가와 연구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한국 특유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여러 어려운 대사를 맛깔스러운 영어 표현으로 번역할 수 있었다. 잘된 번역이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한 숨은 공로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을 때는 반대였다. 잘못된 영어 자막과 더빙이 원래 콘텐츠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를 저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콘텐츠의 자막 더빙 번역 문제라고 한다. 올초 북미에서 이 조사를 했는데 한류 콘텐츠의 자막과 더빙이 불편할 정도로 잘못됐다, 예능 프로그램은 너무 많은 방송용 자막이 등장하고 있다, 웹툰은 번역 미흡이 매우 심각할 정도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잘못된 번역과 자막, 더빙이 북미 시청자들로 하여금 해당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게 하고, 이로 인해 한류 콘텐츠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사례마저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류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 붐이 일고 있다. 한국학 관련 대학에 지원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해서 한류 콘텐츠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데다 한국 방문 시 한국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이 새로운 음악을 내거나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 등이 나올 때 해당 콘텐츠의 번역에 참여하는 형태로 팬덤을 실현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물론 K팝 대다수가 한국어와 영어 가사가 섞여 있어서 한국어 몇 마디만 알면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긴 하다. 하지만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은 언어가 매우 중요한 잣대여서 제대로 된 번역이 없으면 원래 의미를 음미하기 어렵다. 특히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번역 또는 자막 처리가 덜 발달돼 있어 많은 시청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BTS 팬덤의 핵심인 팬클럽 ‘아미’ 사이에서도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여러 국가의 언어로 BTS 노래를 번역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쏟아낸 바 있다.

최근 웹툰이 빠른 속도로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산하면서 잘못된 번역이나 오역으로 인한 문제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웹툰은 추후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발전되는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주요 소재가 되곤 하는데 잘못된 번역 때문에 웹툰 팬들의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다. 한류 콘텐츠의 번역과 자막 문제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로 40년 정도를 한국 문학과 웹툰 번역에 몰두해 온 브루스 풀턴 교수는 이와 관련,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문화 소식 인터뷰를 통해 “작가나 영화감독들이 북미의 독자와 관중이 한국의 정서를 쉽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내용을 제대로 번역하면 한류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번역의 미비가 지속될 경우 한류 콘텐츠가 지닌 미세한 감정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근 한류 콘텐츠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성장과 함께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문화산업계가 해외 수용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완성도가 높은 번역과 자막을 제공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류 팬들은 성공적인 번역과 자막이 있어야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이후에도 한류 콘텐츠를 찾게 될 것이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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