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단식' 이재명과 '관망' 김기현의 '명분 방정식'
명분도, 출구전략도 없는 이재명의 단식
'이념 전쟁' 국민의힘, 극우 이미지 벗어나야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을 요약하자면 '어쩌라고'라 할 수 있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딱히 만류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어차피 단식의 진짜 목적이 정부·여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의 단식은 체포동의안 청구를 앞둔 데다 9월 정기국회가 막 시작하는 때였다. 자연스럽게 체포동의안이 떠오른다. 지난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주당에는 '방탄' 꼬리표가 따라붙었고,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니 이대로 가면 이번 체포동의안은 가결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식의 진짜 목적은 당 내부 결속과 지지층 결집, 결국 방탄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해양재판소 제소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개각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기가 시기인지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체로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실익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당내에서 이 대표에 비판적이던 비명계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단식 중에 두 차례 검찰에 소환된 모습에 동정론도 있다. 당 지지율도 올랐다. 결집효과가 확실히 있는 셈이다.
단식의 명분을 어떻게 생각하든, 이 대표가 단식에 나서기까지 국민의힘이 대화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사법리스크 공세와 지난 정부 탓하느라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는 '파행'이 자연스러운 상임위원회 회의, 번번이 엎어지는 여야 합의, 본회의 직회부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공산전체주의'라고 야당을 겨냥하고 철 지난 이념을 꺼내 들기에 이르렀다. 집권 여당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윤 대통령이 야당에 날을 세우면서 여당 역시 협치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에도 명분이 없다며 만류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 대표의 단식을 여전히 '방탄'으로 규정하며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국을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연일 거친 말, 그리고 조롱과 야유를 쏟아내고 있다. 어쩌다 우리 정치가 예의와 품격까지 상실했나 싶다.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가 단식할 때 여당인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이,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 때는 민자당 대표인 YS가 찾아가 위로했었다. 아주 옛날의 일도 아니다. 지난 2019년 11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투쟁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황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이제 지나간 옛 '낭만'일 뿐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양극단으로, 진영 논리에 빠졌다는 방증일 테다. 여당의 외면 속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금의 태도만 놓고보면 여야 모두 각자 지지층으로만 총선을 치르고 싶은 것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13일이자 이 대표의 단식이 14일차에 접어든 이날, 김 대표가 이 대표가 아닌,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 국민의힘에 득도 실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단식이 장기화할수록 국민의힘에도 부담이 될 것은 자명하다. 단식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끝난다. 그때까지 여당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김 대표가 이 대표를 찾아간다면 어떨까. 여당 대표로서의 아량, 인간으로서의 도의로 말이다. 적어도 정치혐오의 시대에, 중도층에게 여당이 야당에 먼저 손 내미는 모습은 의미있다. 특히 이념 전쟁으로 극우 이미지가 씌워진 국민의힘에게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김 대표에게는 이 대표에게 부족한 명분도 충분하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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