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의 첫 인사, ‘1947 보스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저희 신문 영화팀은 저와 백수진 기자, 이렇게 둘입니다. 앞으로 저희 둘이서 신문에 못 다 실은 영화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약속한 요일은 목요일입니다만, 어쩌다 불쑥 두번이나 세번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에게 안부 전하듯, 인스타에 근황 올리듯, 쉽고 읽기 편하게 보내드릴게요. 정색하고 쓴 신문 기사 말고 삐뚜름하게 적어나간 영화 뒷얘기, ‘그 영화 어때’ 첫 인사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1947 보스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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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자는 3단계를 거쳐 영화를 만납니다. 개봉 3~4주 전에 우선 ‘제작보고회’가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나와서 영화를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말이 오갑니다. “감독님이 좋아서 시나리오도 안 보고 선택했다”는 배우, “아무개 배우만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님의 멘트가 넘칩니다. (최근 개봉작 중 제작보고회 때 “시나리오도 안 보고 감독님이 좋아서 출연 결정했어요”라는 답이 나온 영화가 2편 있었습니다. 둘 다 잘 안 됐습니다. 그 배우가 시나리오를 봤으면 어땠을까요.) 제작보고회는 언론 노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영화 제목을 포털사이트에 입력하면 나오는 많은 ‘기사’들 중 상당수가 보고회에서 나옵니다. 신문 기준, 기사는 잘 안 됩니다.
이어 개봉 2주 전쯤 시사회를 하고, 상영 직후에 기자간담회가 이어집니다. 감독과 배우가 나와서 질문을 받고 또 사진을 찍습니다. 신문에는 영화평이나 인터뷰 위주로 나가지만, 큰 화제작이 있으면 보고회나 간담회 자리도 앞으로 ‘그 영화 어때’ 레터로 전해드릴게요.
‘1947 보스톤’은 제가 제작보고회와 시사회, 간담회를 모두 챙겨본 영화입니다. 그만큼 기대가 있었습니다. 전 옛날 얘기가 좋아요. 영화적 상상력, 명배우가 되살리는 인물, 오래 두고 맴도는 대사. 아무리 OTT가 대세라고 해도 영화관 스크린에서 만나는 예스러움에는 특별함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땠느냐.
……………아쉬웠습니다.
신문에 나간 저의 ‘1947 보스톤' 리뷰는 아래 링크에 붙이겠습니다.
생생한 인물보다 상황 쫓는 데 급급… 뜨거운 애국심도 미지근하게 만드네
바탕을 둔 실화가 워낙 극적이라서 오히려 시나리오를 방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승리를 보여주겠다,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말겠다’. 제작진의 다짐만 쟁쟁하게 울리는 듯 했습니다. 대회 장면은 결과를 알고 보는데도 뿌듯해지긴 합니다.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세 분이 워낙 대단한 분들이었으니까요. 실화의 힘이죠. 강제규 감독은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혹시 설명 부족한가, 자막을 달아야 되나 고민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화면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미흡하다고 느꼈다면, 그 영화가 제 힘을 발휘한 것일까요.
이 영화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엄마’에 대한 강박만 버려도 한국 영화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는 한국 영화판의 미원입니다. 미원을 치지 않으면 요리가 마무리 안 됐다고 느끼는 골목식당 사장님의 불안이 일부 영화인을 옥죄고 있습니다. ‘1947 보스톤’은 엄마 없이도 얼마든지 약동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947보스톤’은 실화가 강력하다보니 그 정도만 돼도 만족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영화는 취향이니까요. 27일 같은날 송강호의 ‘거미집’, 강동원의 ‘천박사 퇴마연구소’도 맞짱 개봉합니다. 그보다 앞서 21일엔 심지어(!) ‘가문의 영광’ 6편이 치고 나섭니다. 세 영화도 곧 레터로 전하겠습니다.
첫 레터는 여기까지.
원래 쓰고 싶던 건 깜짝 추천작이었어요. 오늘(마감 중인 ‘오늘’은 13일 수요일입니다) 오후에 봤는데 레터도 지면 기사처럼 마감이 있다보니.... 꼭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라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공약을 해야 제가 놀지 않고 또 쓸 듯 해서 굳이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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