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 "고통 겪고도 또 찾는 불닭볶음면"
오랜만에 소울라이크 게임을 접해서 그런가 처음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몬스터에게 당하거나 급한 마음에 공격 버튼을 눌렀다가 되레 반격 당해 죽어버리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
종료 버튼에 커서를 올려두다가도 다시 내려놓게 만든 것은 스토리다.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가 "자리에서 떠나지 말라"며 붙잡았다. 이걸 극복해야 다음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어느새 엔딩까지 이끌고 있다.
그래도 5시간 정도 즐기니까 다행히 손도 적응했다. 초보자를 위한 시스템도 중요했지만 성장에 따른 난도 감소가 큰 편이라 시간이 갈수록 재밌어졌다. 15시간 정도 경과했다. 보스 전투에서 "이 녀석은 처치하고 자야지"라는 오기가 들었다. 지금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적들과 싸우고 있다.
네오위즈 신작 'P의 거짓'을 즐긴 소감이다. P의 거짓은 마치 불닭볶음면과 같다. 처음에는 입에 대기 힘들었는데 계속 먹고 있다. 그 고통을 이미 알면서도 끊기 힘든 매력에 다시 또 찾는다.
기자는 소울라이크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신나는 마음으로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 아닌 남다른 각오를 하면서 시작해야 하는 과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P의 거짓도 리뷰를 위해 사전 체험으로 찍먹만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P의 거짓은 난도 절감 요소가 많은 덕분인지 초반 허들을 견디니까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어느새 게임 패드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한국 콘솔 게임인 만큼 수많은 게이머가 기대하는 동시에 거품이 아닐까 우려도 표하고 있다. 직접 즐겨보니까 알겠다. 기대해도 좋다.
단순히 비주얼만 좋은 게임이 아니다. 다른 소울라이크 게임과 비슷한 점은 많지만 특유의 매력과 깊이가 있다. 소울라이크 게임 입문용으로도 좋은 선택이다. 스토리도 매력적인데 스포 우려가 있어서 언급할 수 없다.
P의 거짓 리뷰를 첫 인상, 스토리, 최종장 3부로 나눠 공유해 볼까 한다. 오늘은 첫 인상이다.
■ 그래픽, 분위기, 사운드 어때?
"우와"라고 김틴할 만큼 좋진 않다. 그렇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언리얼 엔진5 게임이 속속 출시되니까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1~5점으로 평가하면 3.5점 정도다.
스토리 연출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특히 보스 등장 연출은 그 위엄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등장 연출을 보고 공략이 가능할까 겁이 들기도 했다. 몬스터 디자인이 기괴하고 세계관과 워낙 잘 어울려서 연출이 나올 때 몰입감이 상당하다.
공격 이펙트가 정제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소울라이크 특성상 현실적인 전투가 재미 포인트인데 이펙트가 화려하면 방해될 뿐만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다. 개발진이 소울라이크 장인들이라 그런지 그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사운드는 엄지 척이다. 배경음악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고 몬스터의 굉음은 소름 끼칠 정도다. 타격음은 조금 아쉬웠지만 거슬릴 정돈 아니다. 다만 무기 형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체감이 다를 수 있다.
길을 지나갈 때마다 건물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서브 퀘스트 요소도 있기 때문에 집중해야 한다. NPC들이 겁에 질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이 또한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렸다.
최적화는 훌륭하다. RTX 3060, i5-12400F에서도 쾌적한 환경을 보여줬다. 60프레임은 여유롭게 방어했다. 주변 기자에게 콘솔 최적화를 물어보니 나쁘지 않다고 한다. 오랜만에 PC, 콘솔에서 모두 최적화 스트레스가 없는 신작 게임이라 무척 반가웠다.
■ 그래서 블러드본과 비슷해?
기자도 P의 거짓을 준비하기 위해 블러드본을 미리 즐겨봤다. 솔직히 초중반부는 건물, 조형물, 분위기까지 블러드본과 정말 유사하다. 개발진이 블러드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을 왜 했는지 알 수 있다.
초반부 스트레스도 비슷하다. 블러드본은 야남 거리에서의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해소된다. 앞서 말했듯이 P의 거짓도 마찬가지다. 크라트 시에서의 스트레스를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점점 내려오는 방식이다. 초반에는 일반 몬스터 구간부터 "이걸 어떻게 통과하지"라고 느끼는데 점점 보스만 걱정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러드본과의 차별성은 색감과 전투 시스템이다. 채도 차이일 수 있지만 블러드본이 푸른색 계열 차가운 다크 판타지 색감이라면 P의 거짓은 붉은색 계열 뜨거운 다크 판타지 색감이다. 유럽풍 다크 판타지 자체는 P의 거짓이 더 잘 살렸다.
전투 시스템의 경우 패링과 구르기 회피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블러드본의 경우 구르기 회피가 무적이고 거리도 길다. 구르기 회피만 잘 사용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P의 거짓은 블러드본과 반대다. 퍼펙트 패링 중요도가 매우 높다.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세밀한 요소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괴물과 인형이 자아내는 분위기도 확실히 다르다. 블러드본 팬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난도는 높아?
소울라이크 게임인 만큼 기본적인 난도는 어려운 편이다. 일반 몬스터부터 스트레스 유발 덩어리다. 소울라이크 게임 경험이 많이 없다면 각오해야 한다.
엘든 링 외엔 대부분 초반만 경험한 기자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특히 벽이나 조형물이 공격에 장애물이다. 적을 공격할 때 벽이 가까우면 검을 휘두르다가 막힐 수 있다. 지형지물로 공격이 중단되면 오랜 시간 무방비 상태가 된다. 공격할 때 자신의 위치를 매번 확인해야 한다.
난도 조절은 없다. 소울라이크 고수들은 쉽다고 느낄 수 있다. 무기에 따라 다르지만 캐릭터 모션 자체가 가벼운 편이다. 기자도 엘든 링보다는 적응 시간이 짧았다.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와 엘든 링의 중간 정도다.
무엇보다 차분하고 천천히 공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한 대만 때려야지"라는 마음으로 공격 버튼을 누르는 순간 LIE OR DIE 메시지를 만난다.
■ 초보자 보정 시스템 있어?
다행히 초보자를 위한 시스템은 마련됐다. 기자에겐 생명수와 같았다. 리전 암 능력이나 조력자가 대표적이다. 리전 암 기능을 사용하면 일반 몬스터를 처리할 때 편하고 조력자를 활용하면 보스 전투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공격 기회를 얻는다.
조력자가 없었으면 보스를 공략할 수 있을까 절망할 정도로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조력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수 재료인 '별의 조각'이 필요하다. 혼자 입장해 패턴을 파훼하고 조력자와 함께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재화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리전 암은 사용할 때마다 적의 태세를 잘 확인해야 한다. 퍼펫 스트링을 예로 들면 방어 태세를 시전 중인 적에게 사용 시 게이지만 소모되고 갈고리로 끌어올 수 없다. 중간 보스, 보스에겐 통하지 않는다.
여타 소울라이크 게임처럼 P의 거짓도 초반부가 어렵다. 조작 방식도 다른 콘솔 게임과 다르다. 레벨과 P의 기관 성장에 따라 스펙이 상승하니까 확실히 쉬워진다는 것이 체감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링이다. 회피 성능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태미나 소모량이 높다. 회피 후 공격하면 초반 적의 공격은 대응하기 쉽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스태미너 때문에 패널티로 작용한다. 적의 공격 타이밍을 차분하게 익히면서 퍼펙트 패링으로 공략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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