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의사과학자 못 키우는 나라

김기동 2023. 9. 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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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광풍(狂風)이 거세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40%, 글로벌 제약사 최고 기술책임자의 70%가 의사과학자다.

지난해 1003억달러(123조원) 매출로 174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도 독일 의사과학자 부부가 개발했다.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4만5000명) 중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한국은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0.3~0.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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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광풍(狂風)이 거세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작된 초등생 의대 진학반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소위 SKY 대학생 2000명가량이 자퇴하고 의학계열을 지원했을 정도다. 지방대 위기론이라지만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만은 예외다. 학령인구가 줄었는데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힘입어 의대를 노리는 N수생 비율이 35.3%로 1996년 수능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정원이 6500명 정도에 불과한 ‘의치한약수’ 열풍의 원인은 이른바 고소득과 안정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가운데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의사들의 연봉은 19만2749달러(2억5600만원, 2020년 기준)로 자료를 제출한 28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28개국 평균은 11만8667달러로 우리의 60% 수준이다. 의사 수 부족 영향이 크다.

처방과 수술을 위주로 하는 임상의사도 모자란 판국에 의사면허를 갖고 과학기술 지식을 의학 융합 연구와 접목해 새로운 치료법과 의약품, 의료기구 개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의사과학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40%, 글로벌 제약사 최고 기술책임자의 70%가 의사과학자다. 지난해 1003억달러(123조원) 매출로 174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도 독일 의사과학자 부부가 개발했다. 미국 의과대학 졸업생(4만5000명) 중 3.7%(1700명)가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한국은 30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0.3~0.7%에 불과하다.

카이스트가 그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계획을 내놨다. 4년의 의무석사, 추가 4년의 박사과정을 거쳐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다. 18년째 그대로인 의대정원이 늘어야 한다. 임상의는 수백명의 목숨을 구하지만, 의사과학자는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지도 모른다. 의료계부터 직역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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