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아이들이 떠나갔다

2023. 9. 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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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가 떠나갔다.

자기 나라인 중국으로 돌아간 것을 굳이 떠나갔다고 말하는 이유는 부모는 한국에 있는 채로 아이만 돌아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돈벌이보다 자식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부모가 멀쩡히 있으면서 아직 어린아이들을 두 번이나 다시 떼어 놓는 게 도리냐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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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가 떠나갔다. 자기 나라인 중국으로 돌아간 것을 굳이 떠나갔다고 말하는 이유는 부모는 한국에 있는 채로 아이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움틈학교를 다니던 2021년에 철수는 몇 번의 자해를 했다. 수업 시간에도 혀를 물거나 커터칼을 사용해 우리를 겁나게 했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급히 손만 털고 달려오셨는데 아이보다 아버지가 더 딱했다. 얼마나 딱했는지 나중엔 아버지를 부르지 않고 교사와 직원들이 진정시켰다가 하교 시간에 귀가시켰다.
그 딱한 아버지가 중국에 있는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 어렵사리 중학교에 편입시키기까지는 아이 때문에 얼마나 애가 타고 간절한 상황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부모와 떨어졌던 아이는 부모 곁에 와서도 애정과 돌봄을 갈구했고 자해를 하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지방에서 상주하면서 일하는 엄마와 동동거리며 아들을 챙기던 아빠가 더는 해결방안이 없었는지 아이를 다시 돌려보냈다. 철수는 잘 지내고 있을까? 부모는 잠을 이루고 있을까?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영희도 떠나갔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동생은 남겨둔 채 홀로 떠나갔다. 재혼한 엄마가 이룬 가정에서 엄마의 눈길을 받으며 살고 싶었지만 전혼 자녀에게 따듯한 눈길과 손길을 보태기에 엄마의 재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움틈학교에서 한국어와 씨름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제 길을 찾고 있었는데 그 힘겨운 노력을 묻어두고 돌아갔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체류가 가능하고 교육권이 보장되지만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일상생활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돈벌이보다 자식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재혼보다 자식이 먼저 아니냐고 얘기할 것이다. 아마 나도 이 이야기를 글로 읽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부모가 멀쩡히 있으면서 아직 어린아이들을 두 번이나 다시 떼어 놓는 게 도리냐고 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단순하지 않다. 가난한 이주민이 아이를 키우는 건 더 단순하지 않다. 가난을 해결해야 하고 아이를 기르고 교육해야 하고, 그리고 이주민이란 걸림돌을 감당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돈벌이 앞에서 장시간 노동이나 장거리 일터를 마다할 수 없고, 불화가 찾아와도 결혼을 감내해야 할 때가 있다.

초등학생 딸아이를 혼자 두고 타일공으로 지방 건설현장에 따라간 이주민 엄마에게 화가 나 있던 어느 날 그녀가 팔목에 받침대를 감고 찾아와 말했다. 아이가 아직 학교에 안 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심장이 쿵쾅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스무 바늘은 족히 꿰맸을 그녀의 손목과 눈에 고인 눈물을 보고 나서야 그녀의 애달픔을 알 수 있었다.

이주민이란 괄호 속에 ‘돈을 벌러 온 사람’이라고 써놓고 나니 그들의 생활이 늘 성에 차지 않는다. 자식이 뒷전인 사람으로 읽힌다. 삶의 일부이지만 듣고 보고 만나면서 괄호 풀기를 할 수 있었다. 부모는 다 똑같다. 아이들은 돌아갔지만 왔다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묻어난 부모의 현실과 고뇌가 아이들이 자라는 데 값진 양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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