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교권 회복 위해 교원평가 폐지? 이건 아니다

이진영 논설위원 2023. 9. 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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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회복 대책을 고민 중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교원평가 폐지 카드를 꺼냈다.

교권을 위해서라면 교원평가 유예나 폐지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15일 예정된 장관과 교사들 간 대화에서 어떻게 방향이 잡힐지 모르지만 교원평가를 폐지하자는 건 너무 나간 얘기다.

다른 하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즉 이번에 폐지 얘기가 나오는 교원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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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도 안받는다”는 인식이 교권 훼손
평가 제대로 해 부적격 교사 걸러 내야
이진영 논설위원
교권 회복 대책을 고민 중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교원평가 폐지 카드를 꺼냈다. 교권을 위해서라면 교원평가 유예나 폐지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15일 예정된 장관과 교사들 간 대화에서 어떻게 방향이 잡힐지 모르지만 교원평가를 폐지하자는 건 너무 나간 얘기다.

초중고교 교사들은 두 가지 평가를 받는다. 하나는 학교에서 하는 업적평가로 이에 따라 승진이 결정된다. 다른 하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즉 이번에 폐지 얘기가 나오는 교원평가다. 교원평가는 공교육 위기감이 고조되던 김대중 정부 시절 ‘자질 부족 교사들로부터 학생 권익을 보호하고 교사 전문성을 향상시키려면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OECD 평가단의 권고로 추진하기 시작해 노무현 정부의 시범 운영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전면 시행했다. 교사의 수업과 학생 지도 역량을 5점 척도와 서술형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 최상위권은 1년간 특별연수 인센티브를, 2.5점 미만이면 최소 60시간 최장 6개월간 ‘능력향상연수’라는 페널티를 받는다.

교원단체는 “전문성 없는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교원평가는 교권 추락의 원인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서술형 평가란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써내는 경우가 있어 문제지만 제도 자체를 교권 하락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건 무리가 있다. 교원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던 시기의 연구에 따르면 낙제점을 받아 페널티 연수를 받은 교사의 95%는 다음번 평가에서 보통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연수가 효과적이어서가 아니라 학생들 보기 부끄러워 분발했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교사 권위가 추락할까 올라갈까. 전교조 출신인 김용서 교사노조위원장은 올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제일 많이 줄었던 두 사건 중 하나가 교원평가 도입에 반대 투쟁을 하던 때”라고 했다. “학부모나 일반 국민이 ‘교사들이 평가도 안 받는다’고 인식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노조 입지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교원평가는 폐지 운운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유명무실화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를 핑계로 2020년 평가를 건너뛰었고, 2021년부터는 평가를 축소하고 평가 결과 활용법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이제는 페널티 연수를 받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교사 권위를 세우려면 교원평가를 폐지할 게 아니라 제대로 평가하고, 연수 프로그램 질도 높이고, 반복해서 낙제점을 받는 교사는 걸러내야 한다.

사실 교사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다.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를 두지 않는 나라에서도 교사의 책무성을 담보하기 위해 학교별 학업 성취도와 입시 성적은 공개한다. 우리만 좌파 교육감들이 장기 집권하면서 시험을 하나둘 없앴고 그 결과 기초학력만 떨어진 게 아니라 교사의 권위도 함께 추락했다. 학생의 학력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교사와 학교를 누가 신뢰하겠나.

지금은 온통 갑질하는 학부모 얘기뿐이지만 중요한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는 소외돼 왔다. 교원평가에 대해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수업과 학급 운영에 관해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88%가 찬성이다. 왜 10년 넘게 운영해 온 제도 폐지를 검토하면서 교사들하고만 얘기하고 학부모 의견은 듣지 않나. 학부모들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으로 교사들의 권위를 세우기는 어렵다. 교사 없인 학교도 교육도 없듯 학생과 학부모 없이는 학교도 교육도 있을 수 없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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