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규인]달성군청 정구부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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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20개 이상 따낸 종목은 총 14개다.
소프트테니스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부터 따지면 양궁 금메달은 26개로 소프트테니스보다 딱 한 개가 많을 뿐이다.
이런 나라에서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종목 선수로 뛴다는 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와도 계속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5명 중 2명이 달성군청에 몸담고 있는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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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구’라고 부르던 소프트테니스다. 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금메달 총 41개 중 25개(61%)가 한국 선수 목에 걸렸다. 소프트테니스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부터 따지면 양궁 금메달은 26개로 소프트테니스보다 딱 한 개가 많을 뿐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소프트테니스가 양궁 못지않은 ‘메달밭’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양궁과 달리 소프트테니스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2020년 8월 17일까지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가 “체육을 통하여 국위 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표현으로 끝났던 나라다. 체육으로 국위 선양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종목 선수로 뛴다는 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와도 계속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 눈치를 봐야 할까? ‘공무원’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여름 종목’ 실업팀 1178개 가운데 735개(62.4%)가 시도청, 시도체육회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팀이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팀은 102개(8.7%)밖에 되지 않는다. 소프트테니스 남녀 실업팀 25개 가운데는 DGB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만 기업 팀이고 두 팀 모두 여자 팀이다. 남자 선수 전원은 계약직 공무원 또는 그와 비슷한 신분으로 뛰고 있는 셈이다.
시장·군수가 자동으로 각 시군 체육회장을 맡았던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 ‘어공’(어쩌다 공무원) 신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시·군청 소속 실업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그게 곧 시장·군수 업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군수가 체육회장을 아예 맡을 수 없게 된 뒤로는 ‘늘공’(늘상 공무원)이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팀을 없애겠다고 할 때 이에 맞설 명분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1996년 창단 후 남자 소프트테니스 ‘명가’로 군림했던 달성군청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됐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5명 중 2명이 달성군청에 몸담고 있는데도 그렇다. 달성군청 소속 이현수(39)와 김현수(35)가 항저우에서 금메달 몇 개를 가져와도 군청에서 해체 결정을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소프트테니스에 쓰던 예산을 프로축구 K4(4부리그) 팀 창단에 쓰기로 했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다.
그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언론 기사나 TV 중계에서 달성군청 ‘현수 콤비’가 눈에 띄면 응원 한 번만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건 내가 아시아 1등’이라고 내세울 만한 재주 하나 없어도 우리 모두가 응원 받을 만한 존재인 것처럼 아시아 1등을 꿈꾸는 이들 역시 응원 받을 자격 정도는 충분하지 않은가.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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