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머드 코어6 "뉴비와 고인물 모두 만족시킨 메카 액션"
2022 더 게임 어워드에서 '아머드 코어6: 루비콘의 화염'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가 생각난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열광한 프롬소프트 자사 게임 '엘든링'이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그 장소에서 출시한지 10년도 넘은 시리즈의 신작을 공개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초창기 시리즈부터 즐겨온 아머드 코어 팬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었겠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아마도 엘든링 신규 DLC를 기대했을 것이다. 기자 역시 엘든링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무언가 공개된다면 엘든링 DLC이기를 바랐다.
출시일이 점점 다가올 때쯤 아머드 코어6 시연 기회가 생겼다. 10분 남짓한 시연 시간 동안 굉장히 재밌게 즐겼다. 익숙하지 않은 패드 조작으로도 역동감 넘치는 전투와 화려한 그래픽을 온전히 느꼈다.
직접 본편을 플레이해 보니 시연 버전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전투 자체도 재밌었지만, 보스를 트라이하면서 파츠를 수없이 교체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 재밌었다. 그간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느꼈던 "조금만 더 하면 깰 것 같은데"보다는 "이런 파츠를 조합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같은 색다른 고민의 연속이었다.
장르 : 3인칭 메카닉 커스터마이징 액션
출시일 : 2023년 8월 25일
개발사 : 프롬소프트웨어
플랫폼 : PC / PS5, PS4 / Xbox ONE, Xbox Series XIS
■ 아쉬움 남는 스토리 전달력
아머드 코어6는 강력한 에너지 자원인 '코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툼을 그린다. 플레이어는 독립 용병 '레이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다.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만큼 미션 선택지가 주어지고, 선택에 따라 스토리, 보스가 달라진다.
그동안 프롬소프트가 선보였던 게임들은 대부분 스토리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직접 해석해야 했다. 반면 아머드 코어6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있고, 각종 컷신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 작품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스토리 대사는 무전 형태로 이뤄지며, 주인공의 상관인 '핸들러 월터'와 의문의 여성 '에어', 기타 세력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다른 트리플 A급 게임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수의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초반부 스토리는 꽤 몰입감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대한 궁금증이 컷신 하나, 대사 한 줄에 담겼다. 콜사인 레이븐을 부여받는 장면은 시리즈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무장 채굴함 파괴' 미션에서 플레이어의 기체보다 수백 배는 커 보이는 거대 병기를 상대할 때는 프롬소프트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이 떨어졌다. 미션 시작 전 또는 미션 클리어 후 등장인물들의 무전이 흘러나오는데, 매번 같은 화면에 같은 등장인물이 브리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킵 버튼에 손이 갔다. 게다가 핸들러 월터와 에어를 제외하면 전부 기체 이름이나 콜사인으로 언급하기 때문에 인물을 외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 접근성과 깊이 모두 잡은 전투 액션
아머드 코어6는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입문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전작을 해보지 않아도 새롭게 입문할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접근성을 대폭 올렸다.
기존 프롬 팬 입장에서는 "이게 프롬 게임 난이도가 맞나"라고 의심될 정도로 쉬운 조작법과 전투 보조 시스템을 잘 구현했다. 소위 '잡몹'을 처치할 땐 기본 조준 시스템을 이용하고, 보스전처럼 빠른 화면 전환이 요구되는 전투는 타깃 어시스트 시스템을 사용한다.
동시에 '오직 로봇이기 때문에 구현 가능한 메카 액션'이라는 기조는 타협하지 않았다. 먼 거리를 어썰트 부스트로 순식간에 접근하거나 다양한 무기로 적군을 파괴하는 전투는 기존 프롬소프트 게임에서 찾기 어려운 매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의 깊이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전투 상황에 따라 수직 또는 수평으로 복잡한 이동이 필요하다. 공격 역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조준을 보조하는 타깃 어시스트 시스템이 있어도 어디까지나 '보조'만 해줄 뿐이다. 공격을 명중시키는 건 오로지 플레이어의 능력에 달려있다.
조준했다고 전부 적중하지 않는다. 유도 기능이 있는 일부 미사일 무기를 제외하면 적 기체와의 거리, 이동 속도, 방향, 패턴 등을 모두 신경 써야 한다. 4챕터 보스 '아이비스'처럼 기동력이 매우 높은 기체를 상대할 땐 탄속이 빠른 무기를 쓰거나 유도 미사일 무기로 이동 방향을 제한하는 등 전투 방식을 고민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 정교한 레벨 디자인과 어셈블리의 조화
레벨 디자인과 어셈블리는 아머드 코어6를 플레이하는 내내 감탄했던 포인트다. 클리어가 힘들 것만 같았던 보스도 반복적인 파츠 교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성장감과 동기 부여, 성취감을 동시에 맛본다.
처음엔 파츠 종류도 많고 이름도 난해해서 어떤 파츠를 바꿔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보스전 앞에서 파츠 교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기자는 아이비스와 최종 보스를 가장 많이 트라이했다. 족히 수십 번은 파츠를 변경했다. 샷건과 파일 벙커, 레이저 랜스 같은 근접 무기 위주로 세팅했다가 다시 미사일, 개틀린 건 위주의 중거리 교전 세팅으로 변경하는 등 보스를 클리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수많은 파츠 변경 끝에 최적의 파츠를 찾아내고 보스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난관 앞에서 고민하고 수없이 시도하는 과정이 아머드 코어6의 진정한 재미다.
■ 총평 "메카 액션의 정수"
아머드 코어6를 총평하면 '메카 액션의 정수'다. 그동안 메카물 마니아들이 원했던 모든 요소를 총망라했다. 다양한 방식의 기체 커스터마이징, 화려하고 다채로운 전투 등 메카물의 덕목을 충분히 갖췄다.
전작보다 접근성을 대폭 높인 점도 칭찬 포인트다. 속성과 부위 파괴 같은 복잡한 방식은 덜어내고 손쉬운 조작법과 보조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머드 코어'가 완성됐다. 메카 액션 장르의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기자도 엘든링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집중해서 게임을 즐겼다. 챕터를 진행할 때마다 "이후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갈까", "다음 보스는 누구일까" 같은 행복한 고민을 하며 플레이했다.
"한 번만 더 트라이하고 꺼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새벽까지 트라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는 2회차 플레이를 마무리하고 다음 회차를 플레이할 생각이다. 소울류 전투를 사랑하는 게이머나 메카물 마니아라면 꼭 플레이해 보길 추천한다.
1. 다채로운 3D 메카 액션
2. 입맛대로 구성하는 어셈블리 시스템
3. 입문자와 기존 유저 모두 잡은 전투 밸런스
1. 전달력 떨어지는 스토리
2. 한정된 전장 구조
3. 부족한 엔드 콘텐츠
as765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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