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물가, 고유가 탓 3.7% 상승…연준 긴축 장기화 부담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9. 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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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장기화에도 힘이 실린다.

13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이 3.7%로 지난달(3.2%)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3.6%)를 상회하는 수치다. 둔화되고 있던 미 물가에 다시 경고음이 켜진 것이다.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전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이 전장보다 1.42달러(1.57%) 오른 배럴당 92.0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 대비 1.55달러(1.78%)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에 거래를 마쳐 연중 가장 높았다. 올 3월 저점 대비 33.11%나 올랐다.

● 연준 11월 인상설 힘받나

미국 9월 CPI는 전월 대비로 0.6% 올라 지난달 0.2%에서 상승 폭을 키웠다.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하지만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에너지 물가가 전월 대비 5.6%로 상승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경고음을 더했다. 전년 대비 기준 4.3%로 7월(4.7%)에 비해 내려갔지만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미국의 8월 CPI는 연준의 11월 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연준은 19,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문제는 11월 FOMC다. 유가 급등과 노동시장 강세에 힘입어 물가가 재상승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중앙은행 연례 정책심포지엄 연설에서 “필요하면 추가 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11월까지 인상 가능성을 약 45%로 내다보고 있다.

● 감산에 리비아 홍수 여파

유가 급등은 추석을 앞둔 한국 물가 우려도 키우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8월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5.96으로 전월 대비 4.4% 상승했다. 지난해 3월(7.6%)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강(强)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도 수입물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18.47원으로 전달보다 2.5%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높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이미 유류세 인하를 실시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유가는 공급 부족 우려 속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에도 올해 원유 수요는 하루 240만 배럴, 내년에는 225만 배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OPEC 회원국 리비아는 이날 5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 여파로 원유 수출항 4곳을 폐쇄했다.

투자분석기업 오안다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OPEC 월간 보고서는 원유 수급이 좀 더 빠듯해질 것임을 시사한다”며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개선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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