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게임노트] 비가 KIA의 추격을 막아섰다… 박찬호 공백 실감, 롯데 6회 강우콜드승 ‘3연패 탈출’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경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결국은 9이닝 게임을 방해했다. 경기가 끝까지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가 갈 길 바쁜 KIA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롯데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 경기에서 3-1, 6회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개시 전 비가 내리기 시작해 약 40분 정도 늦게 시작됐고, 경기 중간에 다시 비가 거세지면서 결국 6회 말 KIA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 중단됐다. 비가 계속 내려 경기를 속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결국 오후 9시 57분경 강우콜드 처리가 됐다.
롯데(56승64패)는 이날 승리로 3연패에서 탈출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 갔다. 반면 2위부터 6위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갈 길이 바쁜 KIA(60승54패2무)는 2연패를 기록하면서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된 SSG에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롯데 선발 심재민은 5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의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연속 5이닝 이상 소화를 기록했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정훈 유강남 이학주 황성빈도 각각 안타 하나씩을 때렸다. 한동희는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3개를 기록하면서 활발하게 출루했다.
KIA는 선발 양현종이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하며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이날이 개인 통산 377번째 선발 등판으로 KBO리그 역대 1위 타이 기록(종전 송진우 377경기)을 세웠으나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중현이 6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이우성이 2안타 1타점, 김태군이 1안타를 기록했지만 팀 전체가 5회까지 3안타에 막혔다.
경기 전부터 KIA에 악재가 닥쳤다. 전날(12일) 대구 삼성전에서 5회 유격수 땅볼 후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던 주전 유격수 및 리드오프 박찬호가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 손상이라는 부상 진단을 받은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박찬호의 타격 재개 시점까지 3주를 예상하면서 당분간은 대주자와 대수비로 투입할 뜻을 드러냈다.
결국 김도영이 리드오프 및 유격수로 박찬호의 자리를 대신한 모양새가 됐고, 관심을 모은 3루는 최정용이 선발 출전했다. 나성범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서 최형우-소크라테스-이우성의 외야 라인업이 형성된 것도 특이 사항이었다.
롯데는 심재민이 선발로 나선 가운데 KIA 선발인 좌완 양현종을 맞이해 우타 라인업을 구축했다. 윤동희(우익수)-정훈(1루수)이 테이블세터로 나서고, 안치홍(2루수)-전준우(좌익수)-유강남(지명타자)이 중심타순에 포진했다. 이어 정보근(포수)-한동희(3루수)-이학주(유격수)-황성빈(중견수) 순으로 하위타순을 짰다.
# 경기 시작 전 내린 비, ‘40분 지연’의 변수
이날 광주 지역에 비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경기 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양팀 선수들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넘어가자 조금씩 비가 내렸다. 관중 입장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경기 정상 개시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저녁으로 갈수록 더 강한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후 6시쯤은 일단 조금 비를 맞더라도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강수량이었다. 대다수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일단 시작을 하고 추후 강수량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어차피 가면 갈수록 비가 더 거세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전 내린 비에 방수포를 까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래서 예정됐던 오후 6시 30분이 아닌, 7시 10분부터 경기가 진행됐다.
내야를 한꺼번에 덮는 방수포를 한 번 깔면 설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해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 40분이 결과적으로 변수가 됐다.
선발 매치업에서는 KIA가 우위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심재민이 좋은 투구를 하면서 KIA는 2회까지 별다른 공격의 흐름을 만들어가지 못했다. 1회에는 1사 후 이우성이 3루수 한동희의 포구 실책에 힘입어 2루까지 내달렸지만 나성범이 삼진, 최형우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회에는 선두 김선빈이 삼진, 소크라테스가 땅볼, 황대인도 땅볼로 물러나며 선취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롯데가 3회 잡은 기회에서 점수를 뽑아내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시작했다.
# 갑자기 드러난 박찬호 공백? 롯데의 3회 3득점 기선 제압
롯데는 3회 선두 한동희가 볼넷을 고르면서 주자가 나갔다. 이어 롯데 벤치에서는 이학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두 차례의 시도에서 모두 파울이 됐고, 오히려 5구째 좌전 안타를 치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이어 발 빠른 주자 황성빈이 2B 카운트에서 번트를 댔다. 투수 양현종의 오른쪽으로 굴렀다. 양현종이 이를 잡아 급하게 송구했지만 송구가 약간 옆으로 빗나가면서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왔던 2루수 김선빈의 발이 떨어졌다. 황성빈이 세이프돼 무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박찬호의 부상으로 3루수였던 김도영이 유격수로 이동한 상황에서 윤동희의 타구가 하필 대체 3루수 최정용 앞으로 굴렀다. 최정용이 욕심을 부릴 만한 상황이었다. 최정용은 일단 3루를 밟아 2루 주자 이학주를 아웃시켰고, 곧바로 홈으로 던지려고 했다. 최소 아웃카운트 두 개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최정용이 공을 흘렸다. 아웃카운트 하나에 만족했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병살로 이어져 2사 1,2루가 될 상황이거나, 혹은 정말 재수가 좋으면 삼중살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1점을 실점한 것이다. 양현종은 에이스답게 정훈을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칠 수 있는 기회에 갔지만, 안치홍이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 두 명의 주자를 마저 불러들였다. 최정용이 병살만 잡아냈어도 없었을 3실점이었다.
반대로 KIA는 심재민의 투구에 밀려 4회까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초조한 건 KIA였고, 이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관중들이 하나둘씩 우산을 펴기 시작했다.
# KIA의 추격, 그런데 롯데 불펜이 아닌 비가 막아섰다
KIA는 0-3으로 뒤진 4회 1사 후 김선빈이 볼넷을 골랐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황대인이 각각 범타로 물러났다. 5회 드디어 추격점이 나왔다. 선두 김태군이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최정용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김도영이 3루 땅볼로 물러났으나 이우성이 중전 적시타를 쳐 1점을 따라붙었다.
그런데 6회 초부터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윤중현의 스파이크에 진흙이 잔뜩 묻어 투구가 불편할 정도였다. 롯데 타자들은 비 때문에 시야가 가린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도 나와 심판과 경기 진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잡혔다.
결국 롯데가 3-1로 앞선 6회, KIA의 말 공격이 시작되려는 찰나 경기가 중단됐다. 심판진은 내리는 비의 양, 그리고 마운드 상태를 보고 경기 재개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끝에 결국 오후 9시 10분 경기를 중단시켰다. 서스펜디드 룰과 접하는 상황이 전혀 없어 이대로 비가 그치지 않는다면 그대로 롯데의 강우콜드 승리였다.
경기 재개를 바라는 팬들이 비를 피해 간절히 기다렸지만, 내리는 비의 양은 더 많아지고 있었다. 경기 중단 시점보다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설사 비가 당장 그치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도 경기장 정비까지 시간이 한참 더 걸릴 판이었다. 끝내 경기는 롯데의 연패 탈출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이종운 롯데 감독은 "선발 심재민이 뛰어난 피칭으로 역할을 다해주었다. 2번 연속으로 선발투수로서 잘 던져주어서 잔여 시즌의 선발투수로서 더욱더 기대가 된다"면서 "공격에서는 주장 안치홍이 필요할때 적시타를 쳐서 승기를 초반부터 가져왔다. 비오는 날 광주 원정임에도 많은 팬들이 응원해 주신것에 감사하다. 내일 경기 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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