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집’ 발주 당긴다면서…승인 난 5만가구 첫 삽도 안 떴다
미분양 사태 공공주택 확산 여파
집값 하락·고금리로 사업성 약화
올 상반기 미착공 1000가구 증가
매입주택 등 공공임대도 지지부진
원희룡 장관 ‘비상상황’ 선포 무색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승인을 받아놓고 착공하지 못한 공공분양 주택 물량이 5만7009가구로 6개월 만에 1000가구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침체 여파로 미분양이 많아지면서 신규 착공을 주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 위축 초기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LH 발주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이미 시작된 공공주택 사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3일 국토교통위원회 2022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LH 공공분양 주택 물량은 최근 승인 건수와 착공이 모두 줄었다. 승인 건수를 보면 2018년 1만3619가구에서 2020년 3만1228가구로 대폭 늘었는데 지난해 1만5102가구로 다시 감소했다.
사업 승인을 받아놓고 착공하지 않은 물량은 지난해 12월 5만5953가구였는데 6개월 만인 지난 6월 5만7009가구로 늘었다. 6개월 사이 1000가구 이상 착공이 밀린 것이다. 이 중 사업 승인을 받은 지 3년을 넘긴 물량만 1만2485가구에 달했다.
착공이 주춤한 원인은 최근 부동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여파가 공공분양 주택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분양률은 2021년까지 1% 미만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2.7%까지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민간부문의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공공분양 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데다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황과 별도로 사업 대상과 성격을 수요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주택 미분양은 울산 다운2, 평택 고덕 등 신혼희망타운에서 대규모로 나왔는데 대상을 너무 좁게 한정하면서 수요가 따라오지 못했다.
이 같은 지적은 임대사업에도 해당된다. 저소득층에게 개·보수한 공동주택을 임대해주는 다가구매입임대 사업은 2022년 기준 공가율이 2.8%로 2020년(3.3%)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이다. 공가율이 높은 유형은 신혼부부(8.8%), 청년(2.2%) 대상 지방 임대주택이었는데 이는 지역 거주 청년 인구 자체가 적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신혼부부 매입임대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수도권 내 입지가 우수한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중위소득 150% 이하에게 제공하는 통합공공임대 사업은 2022년 3만3000가구를 지원하겠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8000가구 지원에 그쳤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예산을 확대 편성했지만 6월 말 기준 집행률은 융자 15.8%, 출자 11.8%에 그쳤다. 지구계획이 변경되고 관계기관과 협의가 지연되거나 민원이 생기면서 사업 승인 물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목표 자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속 여부를 검토할 사업은 또 있다. 민간사업자를 지원해 서민에게 공급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승인 물량이 2018년 1549가구에서 2022년 16가구로 대폭 줄었다. 5년 만에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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