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수노조도 학교와 임금 교섭 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 인정한 첫 사례
소송 제기했던 홍익대 패소
“예산, 단체협약 예외” 주장에
“교원 단결권 보장 취지 반해”
쟁의 불가능한 상황도 고려
홍익대가 소속 교수 임금을 인상하라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재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사립대학 교수 노동조합도 임금을 비롯한 근무 조건에 대해 학교 측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학 교수노조가 합법화된 후 법원이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중재재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지난 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중재재정은 노동쟁의에 대해 중노위가 판단한 것이다.
홍익대 교수노조와 학교 측은 2020년 12월부터 약 1년간 해오던 교섭이 결렬돼 중노위 조정 절차를 밟았다. 중노위는 지난해 5월 교원 임금을 3%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내놨다. 홍익대 측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6월 소송을 냈다.
중재재정 중 임금협약에 관한 내용이 교원노조법상 단체협약의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홍익대 측은 교원의 인건비는 단체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예산’에 해당하며 중재재정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원노조법상 법령·조례 및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의 효력을 가지지 않으며, 사립학교법상 ‘학교에 속하는 예산’은 학교의 장이 편성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사·의결을 거쳐 확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배제하고 중재재정으로 교원의 인건비를 정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취지에 반하고 대학의 자율성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법원은 학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원노조법상 단체협약 효력을 부정하는 ‘법령·조례·예산 등에 위배되는 내용’은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권 등이 침해될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사적 주체에 불과한 학교법인이 사용자인 사립대학 교원에게는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노조는 초·중등학교 교원노조와 달리 고용 관계가 수평적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점, 사립대학 교수의 임금 등 근무 조건은 기본적으로 학교법인 자율에 맡겨져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법원은 특히 홍익대 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교원노조법 개정 경위, 헌법과 교원노조법이 사립대학 교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18년 대학교수들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교원노조법은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 노조 가입범위에 대학 교원을 포함해 2020년 개정됐다.
재판부는 교수노조의 경우 일반 노조와 달리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어 단체교섭이 결렬돼도 주장을 관철할 수단이 따로 없다는 점 또한 고려했다. 재판부는 홍익대 재정 상황을 보면 중재재정에 따라 교수들에게 임금 인상분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라고도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교수노조에선 임금협상 문을 닫아두려는 대학들의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덕조 교수노조 위원장은 13일 “만약 이번 판결에서 학교 측이 이겼으면 교수노조는 임금협상을 비롯한 단체교섭 자체를 할 수 없어지는 상황이었다”며 “교수노조 존재 의의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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