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 공백’ 일부 메웠지만…피해자 보호 ‘빈틈’ 여전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진전’
피해자 보호 위한 잠정조치
법원 인용률은 ‘제자리걸음’
지난해 9월14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A씨(당시 28세)가 살해당했다. 신당역에서 근무하던 역무원 A씨는 당시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이었다. 범인은 A씨와 같은 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전주환(32)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스토킹 관련법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그 후 1년. 법적 공백은 일부 보완됐으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에는 뒤늦게나마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법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했다. 반의사불벌 조항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개정법에는 온라인 스토킹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법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여성계에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처벌 공백’이 일부 메워진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13일 통화에서 “(개정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피해자 의사보다는 범죄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처벌 건수도 전보다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민변 여성인권위)는 “반복적 연락 등을 스토킹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등 스토킹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고 했다.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스토킹방지법(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고용주의 불이익 조치 금지, 상담·치료·법률·주거 등 지원책, 사법경찰관 현장조사 강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잠정조치 실행 등 피해자 보호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잠정조치란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수사·사법기관이 가해자에게 내리는 피해자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말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의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 신청은 총 980건이었으나 법원의 인용은 530건으로 절반가량(54.1%)에 그쳤다. 용 의원은 “재판 기관에서 피해자 안전조치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실장은 “경찰은 잠정조치 신청서를 낼 때 ‘재범 위험성’을 많이 언급하는 반면, 법원은 큰 문제가 없으면 굳이 가해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법원이 잠정조치 판단을 내릴 때 객관적 척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재범 위험성 평가 도구를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가해자의 분노와 집착이 법적 제재로 멈춰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어떻게 이를 더 엄격히 제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시행되는 ‘가해자 전자발찌’ 정책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유치장 구금 등의 결정 비율을 봤을 때 그에 준하는 형태의 전자발찌 결정률이 높을 것이냐 하는 의문이 있다”면서 “경찰, 검찰, 법원의 3단계 구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깎여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전지현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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