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띄운’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중단…대출자 혼란
[앵커]
올해 금융권에서 가장 화제가 된 대출은 특례 보금자리론입니다.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고정금리,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만기는 길다는 장점을 내세워 7개월 동안 35조 원 넘게 공급됐습니다.
이런 정책 대출은 보통 저소득층과 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데, 올해 초 식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수혜 대상을 확대했죠.
이런 특례보금자리론 가운데 일부 상품 판매가 오는 27일부터 중단됩니다.
지난달 가계 대출이 은행권에서만 7조 원가량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 놓은 겁니다.
또 최근 인기를 끌었던 시중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장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두 달 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던 은행입니다.
1조 원 넘게 대출이 나갈 정도로 인기였지만, 모레부터 취급을 중단합니다.
은행권 50년 만기 대출액이 급증하자 당국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겁니다.
다른 은행과 보험사들도 판매 중단에 동참했습니다.
[은행업계 관계자 : "50년 주담대 취급액이 예측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물량 조절 과정에서 각 은행이 판매 중단을 (했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27일부터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신청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6억 원 넘는 주택이나 부부합산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대출을 못 받는다는 뜻입니다.
내년 1월 말까지 1년간 공급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바꾸면서까지 공급 중단을 선언한 건 금융권에 강한 신호를 준 거란 분석입니다.
[석병훈/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대출 규제) 예외 적용을 줄이라는 신호죠. DSR 제대로 지켜서 대출하는지 감시·감독을 하겠다, 이런 내용이 이번에도 있잖아요, 시중 금융기관들에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한도도 까다롭게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40년 안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고, 향후 금리가 더 오른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의 경우 대출액이 이전보다 6,000만 원 줄어듭니다.
'만 34세' 연령 제한과 함께 대출 규제책까지 등장하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오홍석/직장인/만 35세 : "한 살 많다고 대출을 못 받는다는 게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소득 상태와 자산 상태를 가지고 개별 심사를 해야 된다고 판단을 하는데…"]
문제는 빚 내는 진짜 이유, 집값이 더 크게 오를 거란 기대는 여전하다는 겁니다.
결국, 대출 증가세는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다음 주 공개될 주택공급 대책에 따라 움직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차정남/CG:강민수
[앵커]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 빚 문제, 대출 규제 외에 다른 대책은 없는지 장혁진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장 기자! 앞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아예 못 받게 되는 건 아니죠?
[기자]
저소득층을 위한 '우대형' 상품은 상관없습니다.
'우대형'은 6억 이하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에만 가능하지만, 금리는 더 낮은데요.
내년 1월까지 계속 공급하겠다고 금융당국이 밝혔습니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은 소득 제한이 없어서 주목을 받은 게 사실이라 급작스런 판매 중단으로 정책 일관성엔 흠집이 생겼습니다.
[앵커]
이렇게 해서라도 가계 빚을 줄이겠다는 건데, 기준 금리를 더 올려서 대응할 수는 없을까요?
[기자]
지금 수출은 11개월째 감소세고 소비 회복도 지지부진한데, 이때 기준 금리 올리면 경기를 더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 PF 대출도 안정되지 않았는데,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건설사는 물론 여기에 돈 빌려준 금융회사도 어려워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기준금리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엔 가계부채 대응이 필요하지만, 성장과 금융 상황을 보면 이게 어렵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더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기자]
대표적인 게 2년 전 도입했던 대출 총량 규제입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엔 얼마 이상 대출을 늘리지 말라고 하는 아주 강력한 규제입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은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일단은 은행들의 대출 행태를 조이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겁니다.
2년 전 대출 총량규제를 할 때 한 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13조 원 안팎이었는데, 뒤집어 보면 이 정도 수준까지 대출이 늘면 정부 대응이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앵커]
가계 빚이 더 쌓인다면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도 생기겠죠?
[기자]
가계 대출의 절반 이상을 소득 상위 20%가 받아갔습니다.
상환 능력도 좋고 담보도 충분해서 당장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러나 원금과 이자 부담 탓에 소비가 줄 수밖에 없어 경제 전체로 보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가계 빚 증가 속도 조절만큼은 꼭 필요합니다.
[앵커]
장혁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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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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