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만 7조 증가…‘주담대 블랙홀’

3년6개월 만에 증가폭↑
가계대출 잔액 1075조원
주택 구매 수요 커진 영향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한 달 만에 7조원 늘어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었다. 이에 따라 은행 가계대출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고, 증가폭도 매달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했다. 8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월별 증가액은 올해 1~3월 감소세를 보이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 규모도 4월 2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6조9000억원으로 매달 커지는 추세다.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8월 은행 주담대는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7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증가)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2월(-3000억원) 반짝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6개월 연속 늘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이 8월 1000억원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집을 구매하기 위한 대출 수요가 그만큼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50년 만기 상품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이 은행 주담대 증가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겠지만, 주택경기가 올해 들어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대출 수요를 유발하는 근본적 배경이라고 본다”면서 “지금까지 주택 거래량 추이를 보면 당분간 주담대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따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8월에도 1000억원 줄었다. 기타대출은 2021년 12월 이후 1년9개월째 감소세다.

은행과 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6조2000억원 늘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6조9000억원이 늘었고, 제2금융권에서는 7000억원이 감소했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주담대가 6조600억원 늘어 전월(5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기타대출은 4000억원 감소했다.

은행의 기업대출도 8월 8조2000억원 늘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