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실로 들어간 이재명 단식

신주영 기자 2023. 9. 13.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주 차 주변 만류에도 이어가
의료진 “건강상 중단 바람직”
비명계, 동정론 두고 “일시적”
“체포동의안 표결 염두” 비판
목 축이는 이재명 단식 14일 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단식농성장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대표 회의실로 옮겼다. 이 대표는 주변의 잇단 만류에도 “(윤석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꿈쩍도 안 한다”면서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4일차를 맞은 이 대표 단식에 대한 평가는 당내에서 엇갈린다. 단식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면서 하나로 뭉친 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염두에 둔 단식 아니겠느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 14일차를 맞은 이날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본청 내 당대표 회의실로 이동해 단식을 이어갔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장소 변경에 대해 “(이 대표)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고 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주로 누워 있으나 1~2시간 정도는 접견 등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공개 일정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날 당대표 회의실에는 단식을 멈출 것을 요청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최고위원들, 당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김근태계 정책모임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등 당내 인사들이 이 대표를 방문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이 대표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말 깊게 걱정을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노 전 실장은 “국익이나 민생보다는 이념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당대표의 건강이 중요하다.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된다”는 문 전 대통령 당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감사한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잇단 만류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더미래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말로 해도 안 되고 일상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꿈쩍도 안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보란 듯이 더 한다”면서 “상식을 파괴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는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평련 인사들 접견 자리에서는 “국민이나 역사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분들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이 지금이야 말 없이 복종하고 억압당해도 침묵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켜켜이 쌓이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 접견 시간 외에는 대부분 누워 있었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체온, 혈당, 혈압 등은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진 않다. 다만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료진 소견을 전했다.

이 대표 단식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단식 목표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영향을 주더라도 (표결) 구도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근 불거지는 동정론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 단식이 산적한 이슈를 삼켜버렸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 단식은 민주당이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해야 할 그런 과정을 모르핀 주사 맞듯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오히려 우리 내부의 혁신이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하고, 잊고 지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