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토 내 핵심 우주기지…러 ‘과시’와 북 ‘야망’의 교차점
2012년 착공, 최대 7조원 써
나로 우주센터 부지 110배
우크라 침공 후 칩거한 푸틴
복귀 알린 곳도 바로 이 곳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우주강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장소로 애국심 고취에 활용돼왔다. 러시아는 우주탐사 능력을 과시하고, 북한으로선 정찰위성 기술 획득이란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러시아어로 동쪽을 의미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000㎞,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500㎞ 떨어진 아무르주 치올콥스키시 인근에 있다. 러시아 내 6개의 우주기지 가운데 하나로 옛 소련의 첫 우주기지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의존도를 줄일 목적으로 만들었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1954년 발사돼 냉전 시대 우주경쟁의 서막을 연 곳이다. 소련 해체 후 카자흐스탄 영토에 편입돼 러시아는 이 기지를 임차해 사용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지아 침공 1년 전인 2007년 임차비용 절감과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러시아 영토 내에 새 우주기지 건설을 제안했다. 보스토치니 기지 건설은 2012년 시작됐으며 5조~7조원이 들었다. 부지면적은 551.5㎢로 한국 나로우주센터의 110배가 넘는다. 러시아 지폐 뒷면에도 등장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2016년 4월 첫 인공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지금까지 총 11번의 인공위성 발사가 이 기지에서 이뤄졌으며 10번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사된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는 달 표면에 추락해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와 비교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동안 칩거하던 푸틴 대통령이 다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다.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지난해 4월12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제재로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침공 이후 48일 만의 첫 공개 행보였다. 그날은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인류 최초 우주비행을 기념하는 61번째 ‘우주의날’이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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