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30분 기다려 김정은 안내... 만찬도 초호화 대접
북한 김정은은 13일 오후 1시(현지 시각)쯤 북·러 정상회담장인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했다. 상습 지각으로 유명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30분 전 회담장에 나와 김정은을 기다렸다. 마이바흐 차량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은 검은 정장에 은백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김정은은 푸틴을 보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말로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양 정상은 회담장 입구에서 40초가량 악수하며 인사했다. 푸틴은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정은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격납고에 들어서 방명록을 작성하는 김정은 뒤로 발사체가 보였다. 김정은은 “첫 우주 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썼다. 러시아는 1957년 인공위성, 1961년 유인 우주선을 인류 최초로 발사했다. 동행 여부가 불투명했던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방명록을 작성하는 김정은을 밀착 수행했다. 이외에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 최선희 외무상, 강순남 국방상, 오수용·박태성 중앙위원회 당비서 등이 김정은의 뒤를 따랐다. 러시아에서도 부총리들과 산업·외교·국방·교통 장관이 총출동했다.
2시간가량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오후 4시 50분부터 환영 만찬이 시작됐다. 7종 코스가 제공됐는데 캄차카 반도의 킹크랩을 곁들인 만두, 철갑상어, 등심 스테이크, 잣과 연유를 곁들인 보드카 등이었다. 러시아 흑해 인근 디브노모르스코예산(産) 적·백포도주도 함께 마셨다.
김정은은 만찬장에서 인사말 원고 4장을 좌우로 몸을 흔들며 읽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푸틴을 ‘대통령’ ‘동지’라고 지칭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땐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했었다. 푸틴은 인사말에서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새 친구 두 명을 사귀는 것보다 오랜 친구 하나가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관계는 옛 소련과 조선 군인들이 자유를 위해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맞서 싸웠던 1945년부터 다시 확립됐다”고 했다.
김정은은 “악의 결집을 벌하기 위해 신성한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군과 국민이 분명히 위대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푸틴 동지의 건강’ 등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자 만찬장에 있던 전원이 기립해 잔을 들었다. 김정은은 이날 만찬을 마치고 바로 우주기지를 떠났다. 푸틴이 직접 그를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다.
김정은은 사나흘 러시아에 더 머물며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바쁜 여행 일정이 북한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평양함대의 역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만나 군사·과학기술 협력 후속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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