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차 없는 연세로’, ‘갈등의 소음’은 여전
서울시, 내달부터 6개월간 대중교통전용지구 재설정 계획
서대문구 “유동인구·매출 증가…약속대로 9월 말 해제를”
상인들 사이 의견도 엇갈려…환경단체선 “주민투표” 주장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두고 찬반 논쟁에 휩싸인 연세로가 다음달부터 다시 ‘차 없는 길’이 된다. 서울시가 상권 영향 비교군을 위해 6개월간 지구를 원래대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서대문구는 계획대로 이달 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반발했다.
서대문구는 13일 창천동 창천교회에서 ‘연세로 차량 통행 업그레이드’ 결과 토론회를 개최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시범 해제 후 연세로의 변화를 공유했다. 2014년부터 대중교통·보행자 통행만 가능했던 신촌로터리~연세대 앞 550m 연세로는 지난 1월부터 모든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전환됐다.
이날 서울시 신용보증재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된 올해 1분기 연세로 상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5% 늘었다. 서울 최대 상권인 홍대입구역(46.6%)과 비슷하고 건대입구역(35.5%)·교대역(28.1%)·서울대입구역(18.1%)보다 높은 수치다. 연세로 유동인구 증가율은 45.6%로 서울 상권 중 가장 높았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1분기 서울 시내 발달상권 평균 상승률(8%) 대비 연세로(23%)의 증가 폭은 압도적이며, 상반기 유동인구가 300만명 늘어 증가율 38%로 서울 전체 1등”이라며 “차량 통행 재개 후 이 같은 효과를 반영해 서울시는 약속대로 9월 말 지구 해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상회복 후 대면수업이 다시 시작되면서 대학 상권이 살아난 효과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다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복원해 차량이 다니지 않을 때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구 해제 시 연세로가 지름길이 돼 차량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던 예측은 예상만큼 영향이 크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해당 방향의 평일 교통량은 하루 550대에서 1506대로 2.7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통행 속도는 시속 23㎞에서 시속 22.8㎞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대문구는 연세로·신촌 상권의 변화가 생긴 시점에서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운영되면 활성화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 교통 정책 평가를 위해 주민들이 더는 실험 대상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연세로를 다시 ‘차 없는 거리’로 만들더라도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인 구청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지구 지정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일반 차량 진입 단속 등은 구청에서 한다”며 “정책이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세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촌 대학교 학생과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연세로 공동행동’은 서울시에 주민투표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세로 일대 가게 위치와 업종에 따라 상인들 사이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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