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김정은-푸틴 2시간 회담…포탄-첨단 군사기술 교환됐나
"옛 소련식 탄약 밀과 맞바꾸려 했을 수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 지역의 우주기지에서 4년 반만에 회동했다.
두 정상은 양측 고위 관리들이 배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을 실시했고 이후 단독으로 대면해 총 2시간여동안 대화를 나눈 뒤 공식 만찬을 함께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가 필요하고, 김 총비서는 러시아의 첨단 위성 기술 등을 원하는 가운데 이들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정찰위성 발사 두 번 실패한 김정은, 우주기지서 푸틴과 대면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이곳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 등 첨단 기술을 얻으려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 정찰위성 발사에 두 차례 실패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회담에 앞서 북한의 우주 위성 개발 사업을 흔쾌히 돕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의 우주 위성 건설을 도울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서 만난 것"이라며 "김 총비서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주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전 김정은 총비서에게 직접 우주기지 내부 시설을 안내하기도 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들이 소유스-2 로켓 발사 시설을 함께 시찰했다고 전했다.
회담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주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가 이뤄졌음을 암시했다.
◇우크라 공격용 포탄-첨단 군사기술 교환 이뤄졌나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쓸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는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정찰위성·핵추진잠수함 등 첨단무기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 줄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페스코프 대변인 또한 전날 관련 질문에 "공개되거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며 두 정상 간의 무기 협상을 암시했다.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이나 전차용 포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용 포탄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 매체 니자비시바야 가제타는 김 총비서의 방러 기간 양국의 무기 거래가 합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퇴역 대령 출신 군사전문가 빅토르 리톱킨을 인용해 북한이 옛 소련제 122㎜, 152㎜ 포탄과 다량의 박격포탄, 옛 소련제 곡사포 D-30 등을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북한에 디젤 잠수함이나 S-300 방공미사일, '판치리' 대공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김 총비서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아무레의 민간·군수 공장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다고 예고했다. 콤소몰스크아무레에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과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위치한다.
김 총비서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확대를 예고했다. 회담장에 동석했던 페스코프 대변인은 두 나라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모든 군사적 교류, 안보 분야의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 등 민감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여러 차례 실패한 위성 발사와 운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정교한 능력을 비롯해 핵잠수함의 최신 기술 등 첨단 무기 분야의 기술 이전을 러시아에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군에 영토를 개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옛 소련 시절인 1980년대 중반 북한은 러시아 정찰기에 영공을, 러시아 해군에 항구를, 러시아 첨단 전투기에 비행장을 개방한 바 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전날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이번에 같은 것을 요구한다면 북한이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옛 소련식 탄약 밀과 맞바꾸려 했을 수도"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 협력과 인도주의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우리의 만남은 매우 특별한 시기에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당연히 경제 협력에 대한 질문들과 인도주의적인 성격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는 회담 이후 김 총비서와 농업 관련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러시아가 농업 분야에서 북한에 제공할 것이 있을 것"이라며 식량 제공 가능성을 암시했다.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 부족을 안고 있는 만큼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는 AFP에 북한이 옛 소련식 탄약을 러시아의 밀과 교환할 수 있다고 봤다.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문제도 유력한 대화 주제로 거론된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확대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을 수 있다고 봤다.
한편 두 정상은 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포함해 그 어떤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앞서 크렘린궁 페스코프 대변인은 "정상들은 협상 결과에 따라 공동선언문을 포함한 어떤 문서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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