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구축’ 혈세 낭비 우려… 예견된 좌초 [공회전하는 '경기 RE100' 下]

황호영기자 2023. 9. 13. 20: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축 예산 175억 전액 삭감... 시군·민간 참여 유도 정책 시급
도의회 “정부 비슷한 시스템 운용... 세부 계획 없고 시급한 사업 아냐”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경기 RE100’ 이행 핵심 수단으로 추진하는 ‘경기 RE100 플랫폼’이 효용성 논란을 겪으며 예산 삭감 등 위기에 봉착, 경기도 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동력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쟁점은 175억원의 플랫폼 구축 예산과 유지 비용을 투입해 지역별 재생 에너지 잠재 발전량과 발전 시설 조성 부지를 가늠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정부 협업과 시·군 참여가 없는 플랫폼은 ‘예산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가 경기 RE100 플랫폼 구축 예산안 157억원을 전액 삭감한 이유로는 ▲이미 국토교통부가 비슷한 기능의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을 운용 중이고 ▲도의 플랫폼 구축 사업 계획이 명확하지 않으며 ▲세수 결손 상황에서 시급한 사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김태형 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5)은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도는 국토부 탄소공간지도만으로는 RE100 추진에 필요한 지역별 데이터를 파악할 수 없어 자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RE100 실현은 국가 단위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에 시스템 개선을 건의하거나 보조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방향이 타당해 보인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도의 자체 플랫폼 구축은 효용성을 거두기 어려우며, 자칫 예산 낭비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인구와 기업이 모여있고 이들로부터 높은 개발, 재개발 압력을 받는 지역 특성상 잠재 재생 에너지 부지 모니터링은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 부지 발굴 과정에서 시·군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는 현재 상황 속에서는 백억여원 규모의 개발 비용과 장기간 정기적인 유지비를 요구하는 플랫폼 운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승철 에코루션 연구소 소장은 “RE100 이행의 핵심 주체인 기초단체로부터 적극적인 업무 협약, 재생 에너지 발전 부지 및 민간 수요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축되는 플랫폼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도에 가장 시급한 것은 플랫폼 구축이 아닌 기초단체의 RE100 특구 및 유휴부지 선정,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만한 정책 시행”이라고 제언했다.


“경기RE100 성공하려면… 기초단체와 동행 필수”

경기도가 2026년까지 공공기관, 산업단지 등에 9GW 규모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을 확충하는 ‘경기 RE100’에 성공하려면 31개 시·군, 즉 기초단체와 동행해야 한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을 늘리려면 결국 기초 단체의 부지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주민 동참 요인 부여나 지자체 지원과 같은 도의 핵심 주체 공략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경기 RE100 이행의 주인공은 도가 아닌 기초 단체, 주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연구실장은 RE100 동참 의지가 강하거나 주민, 기업 등으로부터 거센 요구를 받는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초단체의 RE100 동참은 주민과 기업의 요구가 전제되는 만큼, 희망 지자체가 있다면 곧바로 목표 협약을 맺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후속 사업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고 실장은 “도는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 제안이 들어오는 기초단체에 대해 특혜시비 논란 해소, 사업 컨설팅, 행·재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야 한다”며 “주민 체감 효과와 호응도가 비교적 높은 에너지자립마을사업 등을 RE100 추진과 접목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RE100이 어떤 영향 또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인지하도록 하는 게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승철 에코루션 연구소 소장은 “주민이 먼저 필요성을 느껴야 기초단체의 재생 에너지 부지 발굴 최대 난관으로 지목되는 주민 수용성 및 특혜 시비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며 “도는 기업의 캠페인인 RE100이 주민에게 왜 필요한지를 납득시키는 데 집중하고 기초단체의 정책 추진 과정에 적절한 권한과 책임, 재정 지원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소장은 “도는 주민들이 재생 에너지 활성화 필요성과 효과를 이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만 기초단체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조성 부지 발굴, 민간사업 추진 등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호영기자 hozero@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