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선량한 사람

기자 2023. 9.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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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을 뜯어고쳐 놓으니 인사를 해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있나. 젊어지고자 애들 쓴다만 주름지고도 근사해진 중년 신사숙녀도 있는 법. 아이돌 걸그룹의 외모와 춤사위에 환호들을 보내고 살지만 늙고 주름진 재즈 가수의 연륜 깊은 노래에 또 마음이 간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듣는달지 최백호, 이은미의 달관한 듯한 목청에 귀를 대고 있으면 신산하던 맘이 가라앉고 평안해져. 노령인구가 급속히 는다는데, 하도 ‘청년 청년’ 하다보니 낀 세대 중년층이 주눅 든 세월이야. 성형수술을 하고 나이를 속여 젊어지거나 그도 아니면 빨리 폭삭 늙어버리거나 둘 중 하날 택하란 성화인가.

만화가 히로카네 겐시는 중년에 행복해지는 여섯 가지 비결을 어딘가에 썼더구먼.

“1. 작은 욕심을 부리자. 싸고 맛있는 세계에 즐거움이 있다. 2. 좋지 않은 과거는 빨리 잊어버릴 것. 이제부터 시작되는 인생만 바라보고, 그날의 감정은 그날 정리할 것. 3. 즐거운 것은 진심으로 즐기자. 취미와 놀이를 진지하게. 고행이 아닌 쾌락과 재미에 도전. 4. 방황하고 있다면 한 발짝 앞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인생은 멋져! 5.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를 마음에 두자. 무엇을 받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줄까 생각할 것. 6. 인생은 일장춘몽임을 깨닫자. 사진앨범을 정리할 것. 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 휩쓸리지 않고 예의를 즐길 것. 작별을 두려워하지 말자.”

경찰이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난 도둑을 잡았는데 변명이 기가 막혀. “공동묘지 앞에 차가 있길래 차 주인이 죽은 줄 알았다니깐요.” 죽기도 쉽지 않고, 살아도 도통 재미가 없는 세월. 그래서들 복수를 즐기고, 병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내치나봐. 나잇값 하면서 선량하게 늙어가는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공동묘지에 같이 갈 친구, 이리 붙으셔!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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