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중국 경제와 리밸런싱

기자 2023. 9.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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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총자산이 330조원에 이르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300억원의 달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21년 9월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 지난 7월 완다그룹의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어 불거진 부동산발(發) 충격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부동산시장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 등으로 개발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조달난도 심화됐다. 단적으로 중국 A주에 상장된 부동산 기업 67곳 중 42곳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미지급했던 달러채 이자 상환에 성공하면서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 하지만 2023~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가 134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해 채무이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집권 2기가 시작된 2017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해 ‘방주불초’(주택은 거주용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30년간 고성장을 이끌어온 중국식 투자주도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도달하고, 부채 누적으로 인한 금융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중국 정부는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 성장모델로의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부동산 버블과 과잉부채 억제를 위한 디레버리징 정책을 펴는 ‘경제구조의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44%)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동시에 역사상 가장 빠르게 부채 비율(295.9%)이 상승하는 나라이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의 경우 글로벌 평균은 25%, 선진국이나 저개발국은 15~20% 정도이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인 한국과 대만의 고도성장기 투자 비중은 30~35%였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해 중국의 투자주도형 성장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 외에 경제성장 기여분을 측정하는 총요소생산성은 1980년대 후반 5%에 육박했으나, 점차 하락해 2010년 이후로는 1%대에 불과하다.

국영 및 민영기업의 자산수익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1달러의 GDP를 생산하기 위해 3달러의 투자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9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투자의 60%가량이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예시했듯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고속철도 역사, 도로 건설, 텅 빈 대규모 아파트 단지, 1700개 교량, 11개 공항을 건축하는 지방정부 등은 투자의 생산성 하락을 넘어 비생산적 투자의 전형이다.

이 같은 투자의 생산성 하락, 비생산적 투자의 증가 등은 GDP보다 빠르게 부채 부담을 증가시켰다. 2007년 150%를 밑돌던 중국의 총부채 비율(가계·기업·정부 부채의 합계)은 현재 295.9%에 이른다. 특히 160%에 육박하는 기업 부채는 커다란 리스크 요인 중 하나이다. 거기에 더해 지방정부의 예산 외 투자자금 조달기구(LGFVs)의 부채가 중국 GDP의 75% 수준인 65조위안에 달하는 것도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천명하고 있듯이 경제 리밸런싱의 핵심은 비효율적 기업부문의 구조개혁과 내수, 특히 소비기반의 확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경제 전문가인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가 제시한 5가지 중국 거시경제 시나리오는 단순하지만 흥미롭다. 그중 가장 낙관적인 게 연간 6~7%의 소비 증가와 1% 미만의 투자 증가, 4%대의 경제성장률 시나리오이다. 그러면 10년 후에는 리밸런싱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수치나 기간보다 그 과정에 있다. 성공적인 리밸런싱을 위해서는 비효율적 기업부문(지방정부 포함)의 구조조정, 소비 확충 과정에서 기업·정부·부유층으로부터 일반 가계로의 부의 이전, 이 두 가지가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정치·경제적인 제약과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우리 또한 중국 경제의 리밸런싱 과정을 단기적인 충격과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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