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줄더니 ‘날벼락’…수두 걸린 우리 아이 약 없어서 발동동
수두·가와사키병 등 치료에 필수
헌혈 줄고 팬데믹후 수요 늘자
혈장분획제제 품귀현상 지속
국내 생산가능 제약사 단 두곳
7년째 가격규제로 팔수록 손해
수백억 적자 누적에 증산 한계
“면역글로불린은 필수 환자 중심으로 선별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달까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B 종합병원 관계자)
면역글로불린(IVIG)과 알부민 등 혈장분획제제가 전국 병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며 면역질환·중환자 치료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이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소량 공급이 되는 상황이다.
혈액 속 단백질 성분으로 출혈성 쇼크, 간경변, 혈액투석환자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알부민도 같은 상황이다. 수두에 노출된 면역결핍 소아 등에 사용되는 ‘수두사람면역글로불린’은 수입 혈액원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최소 1년간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두사람면역글로불린은 국내에선 GC녹십자가 단독 공급한다.
혈장분획제제는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혈장 성분을 활용해 만든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하는 필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협약에 따라 혈액을 사고파는 매혈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원료 혈장은 헌혈을 통해 공급받고 부족분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 생산한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혈장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 헌혈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혈장 자급률은 2015년 95.4%에서 지난해 43.1%로 급감했다. 국내에서 혈액제제 생산이 가능한 곳은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 단 두 곳 뿐이다.
제약업계는 원가 보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혈장분획제제는 2010년 10월 이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생산 혹은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 생산원가 보전이 필요한 경우 약가를 조정해 고시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혈장 확보 경쟁이 삼화되고 수입 혈장 단가가 지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3년째 원가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장분획제제에서 매년 400억원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국내 혈장 부족분을 혈장 수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헌혈 독려를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혈장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원료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출용 혈액제제는 원료 혈장을 어느 나라에서나 수입해도 써도 되지만, 국내용 제품은 매혈이 가능한 미국에서만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다보니 국내용 제품 공급이 더욱 제한적”이라며 “혈장 수입처 다변화와 원가 보전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혈장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인증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등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관 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제도개선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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